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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각계인사에 듣는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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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각계인사에 듣는다:3)

입력
1997.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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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일하는 길밖에 없다”/“중·동구 등 미개척시장 선점·중간기술로 승부/정부는 규제 더풀고 공정한 심판자로 남아야”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모든 경제주체들이 열심히 일하는 것외 달리 방법이 없다』며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어느때보다 강하기때문에 경제회복을 낙관한다』고 말했다. 「세계경영」을 표방하며 일찍부터 해외시장을 파고들었던 김회장은 선진기업과 싸워 이기기위해서는 동구 중국 베트남 등 미개척시장을 선점해야하며 당분간 조선 자동차 전자산업과 같은 중진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편집자 주>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제수지 적자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수지적자가 약 23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한국경제는 연간 50억달러 내외의 무역수지 적자로 자금흐름(Cash Flow)을 유지하면서 균형을 맞추는 게 무난하리라고 봅니다. 그런데 작년에 이 적정선보다 150억달러이상 많은 무역수지 적자를 냄으로써 경제의 활력이 급격히 떨어진 거지요.

이렇게 무역수지가 악화한데는 반도체가격 급락의 영향이 큽니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도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예년보다 5∼10%쯤 떨어지는 정도는 우리 경제가 충분히 흡수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반도체에서만 170억달러 가까운 수출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제전반에 걸쳐 충격이 온 겁니다.

또 이러한 갑작스런 충격이 실제 상황 이상으로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견해를 부풀렸고,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각 경제주체들이 열심히 해보겠다는 의욕을 잃고, 모든 문제를 주변 환경 탓으로 돌리려 한데서 더 큰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최근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수출업종이 다소간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이와 함께 국민들 사이에서 「일 더하기 운동」, 「과소비 억제운동」 등이 전개되면서 경제 위기극복을 위한 전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예년의 7%이상 성장에는 못미치지만 올해도 5∼6% 성장은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시급히 해야할 일들을 말씀해 주십시오.

『모든 경제주체들이 너나없이 더 열심히 일하지 않고는 해결방법이 없어요. 자원도 없고, 선진기업을 능가할 기술도 없는 우리가 경제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남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뿐입니다. 오늘의 위기도 결국 90년대 들어와서 근로의욕이 해이해진데 있다고 봅니다. 경제주체별로 보면, 먼저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과 함께 현재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경제규제 철폐 등을 통해 기업의 의욕을 북돋우고, 경제 재도약에 대한 국민적인 열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기업은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남들이 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무분별한 중복과잉투자나, 해외에서 우리 기업끼리 과당경쟁을 조장하는 식의 경영행태를 지양하는 일도 자원낭비 방지에 도움이 될 겁니다.

아울러 근로자들은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자기주장에 앞서 생산성 향상에 지혜를 모아야 하고, 소비자들은 불요불급한 과소비를 억제하고 근검절약으로 저축을 늘리는 데 힘을 보태야 할 것입니다』

-김회장은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남들이 기적이라고 말하는 한국경제의 고속성장은 가난을 벗어나자는 국민적 의지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최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인 의지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에요.

1년에 250일 이상을 해외에서 뛰다가 최근 국내에 가끔 들어와서 느끼는 점은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데 대한 컨센서스가 전에 없이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흔히 하는 얘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위기에 강하다고 합니다. 또 한번 마음먹기가 어렵지 일단 마음만 먹으면 무서운 힘을 발휘하곤 합니다. 저는 바로 이런 점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저력이자, 제가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근거입니다.

여기에 더해, 가시적인 경제 환경 측면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유리한 환율 변화와 함께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수출가격 상승과 생산 증가가 이뤄지고 있어, 올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150억달러 내외에서만 진정된다면 경제는 다시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이후 세계경제전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선진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선진기업과 맞서 이길 수 있는 첨단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 기술로 선진기업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첨단기술은 기초과학의 터전위에서 꽃피는 것인데 우리가 기초과학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기초과학투자의 결실이 맺어지고, 2005년내지 2010년쯤 첨단기술분야에서 선진국들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리라고 봅니다.

그때까지는 중간기술로 가능한 산업부문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조선이나, 자동차, 전자산업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해외시장 개척입니다. 우리가 들어갈 해외시장은 아직도 무궁무진합니다.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시장에서의 성공에만 매달려서는 안됩니다. 자금력과 기술에서 앞서 있고, 완벽한 판매망까지 구축한 선진기업의 홈그라운드에서는 승산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동구나 중국, 인도처럼 우리의 개발 노하우를 필요로 하고 선진기업들이 아직 터를 닦지 못한 곳에 한발 앞서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에서 이들 시장의 리스크를 문제삼는데, 감가상각을 이미 끝낸 선진국기업들이 확고한 터를 닦은 나라에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에 비하면 오히려 신규시장의 리스크는 적은 편이라고 봅니다. 선진시장을 포함해서 리스크가 없는 시장은 결국 하나도 없거든요. 문제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냐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냐 하는 것입니다』

-대우의 세계경영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그런 전략때문입니까.

『과거 우리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전략을 구사했던데 비해 세계경영은 생산 연구개발 자금 인력 등 경영의 제반요소를 모두 현지화한다는 전략입니다. EU, NAFTA 등 블록이 생겨나 역내생산품에 대한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되는 속에서 더 이상 수출에만 매달려서는 활로가 없다는 시대인식이 세계경영 전략을 탄생시켰습니다.

93년 세계경영 선언이후 지금까지 대우는 동구 중국 베트남 등 신규시장에 다른 어느 기업보다 먼저 진출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 시장에 완제품은 물론 현지사업장용 부품수출을 확대함으로써 국내부문도 더욱 커져 작년에 경쟁기업보다 월등히 높은 31.3%의 매출신장과 3,28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할 수 있었지요.

대우는 올해 해외지역본사제를 시행, 15개국 이상의 국가에 제2, 제3의 대우그룹을 세워나갈 겁니다. 자동차 전자가 나가면, 부품이 따라가고, 이들 제품의 판매를 지원할 금융부문에 이어, 건설이나 무역업도 함께 따라가는 식으로 현지 업종을 다양화함으로써 사업기회를 확대해 갈 것입니다. 국내도 올해초 준공한 연산 30만대 규모의 군산자동차 공장과 같은 첨단산업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함으로써 세계경영 본부로서 손색이 없도록 규모와 내실에 만전을 기해 갈 계획입니다』

-가장 낙후된 산업으로 금융업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금융선진화의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일 먼저 금융기관의 자율을 신장하고, 신용배분 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정부가 자원배분을 권위적으로 결정하던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면 금융기관들은 개방의 파고를 이겨낼 자생력을 키우지 못합니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고, 스스로 경쟁속에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면 5년내에 우리 금융기관들도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직만 남기고 나머지는 민간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게 급선무입니다.

또 한가지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상징하는 것이 담보대출 관행입니다. 비생산적인 부문에서 효율성이 높은 생산현장으로 자금을 재배분한다는 금융기관 본래기능에 충실하려면 담보위주의 대출만 고집해서는 안됩니다. 기업의 미래 생산성에 대한 평가에 더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금융기관들이 효율적인 신용배분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스스로 과감한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의 바람직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정치와 경제는 국가사회를 지탱하는 두 축입니다. 이 두 축이 원활한 협조관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요.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간섭하거나 지배하려고 들면 질서가 깨지고 비효율이 생깁니다.

70년대까지 경제개발기간에 한국경제 성장은 제한된 자원의 배분을 정부가 주도하면서 효율적인 성장추진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민간기업의 인적 자원이나 소유자원 측면에서 정부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현재의 경제력 규모속에서 정부가 과거처럼 자원배분에 개입하고, 일방적인 교통정리를 고집하면 경제는 투자의욕을 잃고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정부는 이제 경기를 지휘하는 감독이 아니라 공정한 경기를 도와주는 심판이 돼야 합니다. 선진국 정부들은 이미 규제를 풀고 민간의 창의에 경제를 맡기고 있습니다. 또 여기서 한걸음 더나아가 민간 경제부문과 탄탄한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극한적인 실리정책도 마다하지 않으며 생존을 위한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전쟁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치적 이해와 혼란이 경제부문에 부담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함은 물론, 서로 힘을 합쳐 국가 단위의 뭉쳐진 힘으로 국제경쟁에 나서야 할 때라고 봅니다.

물론 기업도 비효율을 없애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정치와 경제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간섭을 줄이는 쪽으로 가야하고, 일정 정도는 우리도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한보철강사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국가 전체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어떤 인위적인 조치에 앞서 경제논리가 물 흐르듯 흘러가도록 물꼬를 터줘야 합니다. 경제외적인 요소들이 끼어들면 경제는 분명히 왜곡됩니다. 금융기관들이 막대한 자금을 비효율적인 사업에 지원하는 식의 결정을 방지하려면 한편에서는 금융기관의 평가능력이 강화돼야 하겠고, 다른 한편으로 경제논리 가 일관되게 경제활동을 지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입니다』<인터뷰=배정근 경제부 차장>

□약력

▲1936년 서울 출생

▲56년 경기중·고등학교

▲60년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67년 대우실업 창업

▲72년 제9회 수출의 날 금탑 산업훈장

▲78년 사재 50억원으로 대우문화복지재단 설립

▲79년∼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82년∼현재 대우그룹 회장

▲89년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출간

▲97년 연세대학교 동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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