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민주화항쟁 10주년을 맞아 갖가지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전국을 뒤흔들던 「독재 타도」, 「민주 쟁취」의 함성이 지금도 생생하다. 역사의 어둠과 시대의 아픔을 넘어 진전돼온 10년간의 민주화과정을 점검·평가하고 앞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시점이다.6·10민주화항쟁은 우리 역사에서 커다란 분수령이었으며 민주화시대를 연 시민혁명이자 무혈혁명이었다. 6·10은 한국현대사에서 쿠데타나 반동적 물리력에 의해 퇴행당하지 않은 유일한 민주화운동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제하 독립운동에서부터 4·19혁명, 유신하의 민주화운동, 5·18 광주민중항쟁의 맥을 잇는 6·10은 부정의하고 반민주적인 권력은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국민적 저항운동이었다. 6·10은 30여년간 계속된 군사정권시대에 종언을 고해 문민정부가 출범하는 계기가 되었고 당시의 학생들과 넥타이부대는 이제 사회의 중견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오늘날 6·10의 의미는 퇴색하지 않고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가. 민주화에 역행하는 권위주의, 끝이 없는 부정·부패, 여전히 위세를 떨치는 비민주적 제도와 법령, 사회발전과 통합을 저해하는 각종 갈등과 이기주의는 오히려 더 복잡·다기해지고 질적으로 한층 발전한 상황이다. 민주발전의 지체로 인해 최근에는 어이없게도 「박정희 부활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6·10은 특정 세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며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온 시민 모두가 6월항쟁의 진정한 주인이다. 그리고 국민 전체가 그 계승자여야 한다. 이미 상품성을 잃어버린 낡은 구호를 외치면서 폭력시위를 벌여 선배인 6·10세대의 민주화운동까지 먹칠하는 한총련의 행태에서 알 수 있듯 6·10은 일정 부분 곡해돼 있고 잘못 계승되는 측면이 있다.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경험이나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야 했던 상황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의 이해집단이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덫이나 함정으로 남아 있다. 진정한 민주화는 아직도 멀다.
6·10민주화항쟁의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하는 학계의 체계적 연구작업은 더 충실해져야 하겠지만 민주화의 체질화, 자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각 부문으로 민주화를 심화·확대시켜 크게는 국정운영에서부터 작게는 시민 각 개인의 일상적 삶에 이르기까지 민주의 대의를 존중하고 준수·육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은 구호의 시대가 아니라 실천의 시대이다.
21세기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우리는 이제 진정으로 큰 나라를 이룩해야 하며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큰 국민, 어른스러운 국민이 될 수 있어야 한다. 6·10은 이같은 과제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소중한 정신적 역사적 자산이다. 4·19를 흔히 미완의 혁명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점에서 6·10도 여전히 미완의 항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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