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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전 국무총리(각계인사에 듣는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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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덕우 전 국무총리(각계인사에 듣는다:2)

입력
1997.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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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금융 불안심리 해소 급선무”/“정치논리에 휘둘리지 않는 일관된 정책 아쉬워/금융개혁 대원칙은 시장경제… 한국장래 낙관”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경기순환적인 불황에 심리적 요인이 가세하여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필요이상으로 위축되어 있다』며 『한국경제의 장래를 결코 비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남 전총리는 한국일보창간 43돌 기념 특별인터뷰를 통해 한국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며 ▲금융개혁의 방향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각계의 역할 ▲정치와 경제와의 바람직한 관계설정 등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편집자 주>

―현재의 경제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현재의 경제 상황은 구조적 불균형, 경기순환적 요인, 사회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풀기 어려운 상태에 있습니다. 4고(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와 3저(저기술 저능률 저부가가치)는 구조적 요인이고, 반도체 석유화학 제품 등의 가격회복(소폭)과 엔고경향 등은 순환적 요인이지요. 순환적 요인이 다소 호전되고 있으나 정치적 혼란, 어음 부도와 도산의 만연 등으로 심리적 불안이 가세하여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필요 이상으로 위축되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러면 지금의 경제 상황을 치유하는 묘책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묘책이 있을리가 있겠습니까. 경기변동 이론에 심리설이라는 것이 있는데 심리적 요인 때문에 불황이 장기화한다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상황이 바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일반적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는 일이 가장 시급합니다. 정치적 리더십에 그것을 기대 할 수 없는 이상 매스컴이 나설 수 밖에 없습니다. 금융대란설 운운의 보도를 자제하고 우리 경제의 밝은 면을 집중 보도하여 기업인들과 국민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도록 했으면 합니다. 종금사 등 금융기관들도 사회의 공기로서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사태를 통찰하고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최대한 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금융기관들이 이런 시기에 자율적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정부 규제를 자초하게 될 것입니다』

○‘한보비리’ 전화위복 계기

―김영삼 대통령이 「5·30특별담화」에서 자금의 지하거래와 부실 여신을 근원적으로 방지하는 개혁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는데….

『문제의 화근은 정치쪽에 있고 가뜩이나 기업들과 금융기관이 얼어 붙어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지금 그런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불안심리를 더욱 가중시키고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정치권의 비리가 해결되면 따라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많고 다른 문제들도 해결하기 쉬워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선 정치문제부터 해결해 놓고 그 터전 위에서 경제개혁을 착실히 추진하는 것이 순리요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문제 자체의 해결보다 정치적 국면 전환만을 생각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이 어지러운 시기에 한국의 장래를 비관하십니까, 아니면 낙관하십니까.

『비관하지는 않습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암울하기 짝이 없으나 그것들은 우리가 거듭 나기 위한 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보 비리와 김현철씨 사건, 대선자금 등으로 정치적으로 중병을 앓고 있으나 전화위복으로 보다 깨끗한 정치와 리더십이 출현할 가능성은 없지 않습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경제성장률 전망치 6%는 낮은 것이 아닙니다. 기업들이 자기반성과 혁신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고 이제 종전과 같은 방만경영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달았을 것이고 금융기관도 맹목적으로 대기업에 끌려 다니면 살아 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했을 것입니다. 모두가 구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서와 관행을 창조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부보다 시민이 앞장서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 더욱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도 많지 않습니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습니다. 투자자원을 사회간접시설(SOC)확충에 집중할 것, 과학기술개발을 위한 총체적 시스템을 재정립할 것, 규제완화의 원칙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과감하게 규제를 털어 버릴 것, 금융산업을 개방하고 통화·금리·환율정책을 한국은행으로 일원화하여 거시정책의 안고성을 높이는 것, 교육개혁을 완성하는 것 등이 그 예인데, 무엇보다도 평양에 안보상의 허점을 보여서는 안됩니다.

지금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과제는 중소기업을 첨단 부품 생산으로 재편하는 일입니다. 정부가 기술개발, 정보화, 마케팅, 창업지원 등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으나 상호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난점이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을 터이지만 요는 집념을 갖고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챙기는 리더십이 없는 데에 문제가 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후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리관유(이광요) 전 싱가포르 총리는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GNP)은 1만5,000달러이지만 국민의식 수준이 5,000달러밖에 되지 않으므로 OECD에 가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우리 지도자는 한국이 OECD에 가입하면 한국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하여 가입을 서둘렀습니다. 과연 지금의 한국의 위상이 어떻습니까. 자기의 실상을 모르고 허세를 부리다가 낭패를 본 셈입니다. OECD에 가입한 이상 그 규약과 결정에 따라야 하고 국내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습니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개방화와 국제화가 필요하니 OECD가 마찰없는 촉진제가 된다면 다행입니다』

○정부,금융에서 손떼야

―은행소유구조개선, 중앙은행독립, 금융감독제도개편 등 중장기 금융개혁을 놓고 관계기관간에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바람직한 금융개혁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역대 정권은 금융을 장악하지 않으면 통치가 어렵다는 착각에 빠져 금융을 지배했기 때문에 금융사고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파동이 일어나고 그 때문에 정권은 큰 손상을 입었습니다. 이제 정부는 금융에서 손을 뗄 때가 되었습니다.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금융기관과 기업간의 문제로 간주되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금융이 시장경제원리에따라 제 구실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의 신문보도를 보면 은행의 소유구조와 은행감독기능이 문제의 초점인 것 같은데 사견을 말한다면 어느 경우에나 널리 알려진 원칙에 따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소유구조에 있어서는 은행의 주인을 찾아주기 위하여 재벌의 주식참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견해가 있는 것 같은데 어차피 자본과 경영의 분리원칙이 시대적 조류인데 그에 역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대주주가 있고 없고 간에 은행은 임직원으로 구성되는 공동체 내에서 재능을 인정받은 리더가 은행장으로 선출되어 은행을 경영하게 되고 비교적 분산된 주주들로 구성되는 이사회가 그를 감시하고 있습니다. 금융산업에 경쟁을 도입하고 이사회의 조직과 기능을 활성화하면 대주주가 없더라도 우수한 경영자가 선출되어 책임경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둘째로 금융업과 기타업 분리의 원칙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주주에게 겸업을 허용하면 금융이 중립적으로 사회자원의 합리적 배분을 매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을 저버리게 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따라서 주인을 찾아주기 위해 대기업의 주식참여율을 높인다는 것은 논거가 박약한 것 같습니다.

다음에 은행감독에 관하여는 한국은행 정부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 독립적인 금융감독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위원장과 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겠지요. 통화·금리·환율정책을 한은으로 일원화하고 민간은행의 인사와 예산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킬뿐만아니라 정치와 금융의 유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치권의 간섭을 배제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깨끗한 선거 반드시 창출

―정경유착이 국가경쟁력강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문민정부출범후 정치인 기업인 금융인 등이 정경유착과 관련, 곤혹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경제와 정치의 관계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흔히 정치가 경제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작금의 양상을 보더라도 경제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 싸움에 매달려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돈 안들고 깨끗한 선거를 보장하는 제도를 반드시 창출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정당과 국회가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정치가 불안정해지고 행정이 불안정하면 기업과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고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4년동안에 경제부총리가 여섯번 바뀌었고 어떤 부처의 장관은 일곱번이나 바뀌었는데,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요. 장관이 바뀌면 차관 차관보 국장 과장까지도 인사이동에 휘말리게 되니 이렇고서야 어떻게 정책의 일관성과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정히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각책임제를 도입하여 사무차관을 두고 내각에 인사위원회를 두어 고급공무원의 임면에 있어서 집권자의 무원칙한 인사이동을 견제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여 기업이 정부에 의존할 필요를 적게 만들면 정치 기류가 어떠하든 경제는 경제대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인터뷰=이백만 경제부 차장>

□약력

△1924년 경기도 광주 출생

△50년 국민대 정치학 학사

△56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60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61년 미국 오클라호마주립대 대학원 경제학 박사

△52∼54년 한국은행 근무

△64∼69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69∼74년 재무부장관

△74∼7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관

△79년 대통령경제담당 특별보좌관

△80∼82년 국무총리

△82∼83년 국정자문위원, 한일협력위원회 회장

△83∼91년 한국무역협회 회장, 한미경제협의회 회장

△83∼현재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91∼94년 한국무역협회 명예회장

△94∼현재 한국무역협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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