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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에도 고위층은 호화사치(벼랑에 선 북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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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에도 고위층은 호화사치(벼랑에 선 북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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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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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문닫아 주민들 실직/여자들 몸팔아 생계도/간부는 식량 우선 배분/고급차에 연일 파티북한 주민이라고 모두 똑같이 식량난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보 특별취재반이 북한을 오가는 재중동포와 중국 기업인 등의 증언들을 종합해 본 결과, 북한 주민 대부분이 하루 두끼 이하의 적은 양으로 하루 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반면 노동당과 군·행정기관의 고위층과 무역회사 간부 등은 자주 비밀파티를 열만큼 호화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중동포의 증언에 따르면 2,300만명의 북한인구중 1,000만명 가량이 하루 한끼 또는 이틀에 한끼 꼴로 식사하고 있으며 700만명은 하루 한두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각 도시의 국영공장 노동자들은 한달 내내 일하고 받은 돈으로 이틀분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시 노동자의 한달 급여는 100원 가량. 93년만 해도 2전에 불과했던 북한의 쌀 1㎏값은 최근 국경지대 도매가격이 100원, 각 도시의 소비자가격은 150∼300원에 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쌀 1㎏은 4인 가족이 하루 세끼를 겨우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북한 주민들은 이 배급쌀에다 잡곡, 사료용 곡물과 산나물, 들풀 등을 섞어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도시마다 대부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출근할 직장이 없어 수백만명의 노동자가 실직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남편이 직장에 나가지 못하게 되자 이를 보다 못한 부인들이 「무역일꾼」 등을 상대로 몸을 파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한 여성탈북자(35)는 『북한 여성들은 해외에 나가서 장사하는 사람이나 무역회사 사장, 중국인 등을 상대로 북한돈 200원(한국돈 7,000원 가량)에 몸을 팔고 있다』며 『200원이면 빵 20개를 구입할 수 있는데 온가족이 하루를 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남편들이 너무 반대하니까 술에 약을 타 독살하는 사례도 있다고 증언했다.

일반 주민의 생존전쟁이 이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나 노동당 간부와 군고위층, 공무원, 무역업자 등은 호화 자동차에다 저택을 소유하고 중국 등 외국을 다니며 달러를 마구 쓰고 있다. 한 해에 북한을 10여차례씩 방문하고 있다는 재중동포 무역인 신모(48)씨는 『북한에서 노동당과 군대의 고위층들은 아직도 밤마다 비밀파티를 열 정도로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며 『일반 인민들이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되면 굶어죽기보다 분통이 터져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층은 외국에서 원조되는 식량이 분배될 때 가장 먼저 배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재중동포는 『올해초 자강도 지방에서 식량을 배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당간부와 군고위층을 가장 먼저 배려하고 나머지를 일반 주민에게 배분하는 것을 보았다』며 『일반 주민이 100m이상 줄지어 있는데 10m쯤 가자 쌀이 동이 났다』고 증언했다.

「모든 인민이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분배한다」는 공산주의의 이념이 「모든 인민이 굶더라도 지도층은 굶지 않는다」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때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지원하기 보다는 특정지역, 특정계층을 지정해 지원하고 공평한 분배가 이루어지도록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다.

◎북한경제 회복불능/전문가들 “시장경제 도입만이 해결책”

북한은 최근의 식량난이 95년부터 2년동안 발생한 사상 최악의 수해때문이라고 주장해왔으며 올해에도 수해만 입지 않는다면 식량난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북한 식량난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으며 이때부터 식량난의 골이 점차 깊어가기 시작, 이제는 도저히 자체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 식량난은 공산체제의 낮은 생산성, 비료와 농약부족, 토양의 산성화, 저급한 영농기술, 무분별한 벌채에 따른 대지의 수보력 감소에 기인한 것이다. 또 러시아와 중국이 시장경제제도를 도입하면서 국제적 공산권 경제체제가 무너져 북한 상품의 해외 수출이 막히는 바람에 각 도시의 공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한 것도 식량난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북한과 무역을 해 온 재중동포 이모(53)씨는 『국제 무역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기만 한다면 그 돈으로 외국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으나 외화마저 바닥난 상태여서 식량을 독자적으로 구입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도 각 공장마다 설비를 100% 가동시켜 100%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생활비 외에 추가급여를 주는 한편, 농장에서도 일정량의 수확을 국가에 바치고 나면 나머지는 본인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북한 사회에는 「많이 일하나 적게 일하나 받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공산공배의식이 팽배해있다.

재중동포 사업가 최모(48)씨의 증언은 북한의 낮은 생산성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깨끗이 씻은 도토리 200톤」을 받기로 한 계약에 따라 지난해 10월말 북한을 방문했을 때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당초 계약과 달리 야적장에는 한톨도 씻지 않은 도토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던 것. 그는 도토리를 씻어 트럭에 실어줄 것을 작업반장에게 독촉했고 반장은 『아무 근심말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업은 좀처럼 진척되지 않았고 10여명의 노동자들이 아침에 출근하면 「사회주의 건설…」이니 「친애하는 지도자동지…」라는 정치학습으로 1시간 가량을 보낸 후 야적장으로 나간다. 중국 노동자들이 4일이면 마칠 수 있는 양을 40일이나 걸려 끝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북한 지도부가 진정으로 주민의 식량난을 해결하려 한다면 정권을 걸고 과감히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게 재중동포 사업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단둥·옌지=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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