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통치권자나 퇴임이 다가오면 여러가지 상념에 젖어 만감이 교차한다고 한다. 「퇴임하면 내 임기중에 추진해온 정책들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나보다 나은 후임대통령이 나올까」 「퇴임후 국민들로부터 추앙을 받을 수 있을까」 「퇴임한뒤 나의 신변에 변화가 없을까」 등등.현직대통령이 후임자를 결정한 5·6공시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퇴임무렵 그같은 상념에 젖어 고뇌와 갈등을 겪었다는 사실은 훗날 그들의 측근들을 통해 밝혀졌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김영삼 대통령도 예외는 아닌 것같다.
신한국당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경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대통령은 그동안 여러차례 「중립」을 표방해왔다. 그러나 김대통령도 인간이기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될 것이다. 「이사람이 후계자가 되면 퇴임후 내가 보복을 당하지는 않을까」 「저사람이 되면 내가 편안할 수 있겠지…」. 그러나 이러한 가설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부질없는 일인가는 지난날 역사의 교훈이 말해주고 있다. 재임시절 후계자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거나, 끝내 특정인의 손을 들어준 전두환·노태우씨가 퇴임이후 어떤 처지에 놓였는가를 되새겨보면 재임중의 이런 고뇌가 전혀 무의미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5·6공시절 집권당도 인기는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국민들로부터 배척당하고 민심이반 현상까지는 가지않았다. 현재의 민심은 어떤가. 심지어 항간에는 「김대통령이 특정주자를 밀면 그 사람이 대통령후보가 되지도 않을 것」 「김대통령이 민 여당후보는 대선에서 엄청난 저항을 받게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당내의 범민주계 결집체인 정발협 은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이회창 대표를 제외한 특정주자를 옹립하겠다는 속셈이다. 청와대는 최근들어 정발협의 행보를 경고했지만 석연찮은 대목도 없지않다. 민주계와 정발협만 국민정서와 민심을 외면하고 거꾸로 가고있는 것같다. 이 시점에서 김대통령이 어느 편도 들지않고 중립을 지키는 것만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고 퇴임후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게 민심이고 당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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