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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상황의 의미/김세원 서울대 교수·경제학(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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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상황의 의미/김세원 서울대 교수·경제학(화요세평)

입력
1997.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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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축소 단기현상속 고질병 치유 용두사미/공정 경쟁규칙 확립 구조조정 더욱 노력을지난 4, 5월 모처럼만에 무역적자가 약간 축소되는 기미를 보였다. 특히 수출이 다소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사실은 일부에서 낙관론까지 불러 일으켰던 것 같다.

그러나 수출 예고지표인 신용장 내도액은 물론 시설투자 및 재고증가 등은 경기회복과 거리가 먼 상태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수출증가 자체도 산업의 경쟁력 제고나 수출구조 개선에 힘입은 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엔화의 강세 및 해외경기 진작을 비롯한 단기적 현상이 더 큰 이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시적 측면에서 보면 그간 경제에 누적되어 온 갖가지 병폐들이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병폐들이 시정되지 않는 한 경제회생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으며 따라서 구조조정의 초점도 여기에 두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관계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부도위기를 경험한 5개 재벌그룹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즉 무리한 세확장, 심각한 상태의 재무구조 및 확대일로에 있는 그룹내 계열사간의 다양한 상호지원 등이 위기발생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음부도율이 사상 최고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최근 문닫는 기업수도 하루 평균 5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금융대란설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단기 치유책으로 등장한 「부도방지 협약」은 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형평성이나 객관성의 문제를 제기할 뿐만아니라 금융시장의 왜곡이나 경직성을 더해줄 우려가 있다. 또 한보사태를 계기로 비로소 공론화한 정치자금에 대한 제도적 규제문제는 대선을 앞둔 현 시점에서 용두사미로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한국병이 과거 정경유착 및 불균형 성장과 같은 유산으로부터 비롯되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현정부나 정치권의 화제가 어떤 이상적인 정책이나 제도의 도입보다는 바로 이와 같은 고질병을 고치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단절하는데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경제의 흐름을 원칙대로 경제의 논리에 맡기고 공정한 경쟁규칙을 확립하는 길만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우선 「부도방지 협약」이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전제로 한다고는 하나 그간의 관행으로 미루어 정부의 자의적인 개입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이번 기회를 오히려 금융기관 자체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금융기관이 아직껏 과거의 타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시장개방의 확대에 따라 자기 책임아래 여신을 비롯한 금융업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이와 병행하여 정부가 해야할 일은 금융업무에 대한 감독기능의 강화라고 생각한다. 최근 금융시장의 혼란과 함께 일부 금융기관의 직무유기와 권한남용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일정한 테두리를 정하고 금융기관이 그 안에서 정해진 게임규칙에 따라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유도하는데 있다.

잇따른 재벌기업의 연쇄부도사태를 보면 이들 그룹내 계열사간 상호의존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특히 세계적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벌그룹내 각 기업은 전문화와 함께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단계별로 「연결 재무제표」(계열 기업들간의 재무제표)의 제도화는 필수적이라고 믿는다.

이밖에도 정치자금의 흐름이 한국경제내 가장 큰 교란요인이라는 점에서 자금세탁방지법은 철저히 보완되어야 한다. 「통보의무」 및 대가성 없는 정치자금에 대한 규제 등이 변질될 경우 이 법 자체는 그 본질을 잃게 되고 경제정상화의 길은 다시 요원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끝으로 정부와 정치권은 최근의 어려운 경제상황이 요구하는 구조조정의 기회를 외면하지 않기 바란다. 우리의 여건이 필요로 하는 법제도의 확립이야말로 앞으로 한국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방향이라고 확신한다. 소모적인 대선열기나 집단이기주의에 휩쓸리기보다는 한국병을 마감하는데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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