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재벌급의 견실한 기업을 이끌어갈 사장님을 찾습니다. 미국 아이아코카 수준의 파격적인 대우를 해드립니다. 비밀을 보장하오니 많은 응모 부탁합니다」농담이 아니다. 빠르면 올 가을께 이런 내용을 담은 구인공고가 신문에 진짜 난다. 뭘까. 한국통신 한국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 4대 공기업이 최고전문경영인을 찾는 것이다. 6월로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공기업민영화특별법이 통과되면 4대 공기업은 사장을 「모셔와야」 하기 때문이다. 법안에 따르면 회사밖 인사로 구성된 사외이사회가 공모와 영입방법을 활용해 「인재」를 발굴해 추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하게 되어 있다.
재경원 당국자는 8일 공기업최고경영자 영입절차와 관련, 『예를 들어 1,000명이 지원할 경우 지원자의 신상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하에 엄격한 내부심사를 벌여 5명으로 압축한뒤 5명을 공개해 일종의 「공개심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5명은 비록 「낙방」을 해도 공기업 최고경영자 후보, 즉 「5룡」에 포함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명예로운 기록이 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5명 개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5룡」은 『나는 수익성을 ○○% 끌어올리고 인원도 ○% 줄이겠다. 또 배관망을 그만큼 확대하고 사고율도 몇% 낮추겠다. 노조가 반대하겠지만 임금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등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사회는 가장 입맛에 맞는 조건을 제시한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그러면 4대 공기업 사장은 어떤 자리인가. 한마디로 매력덩어리다. 우선 감사원의 직무감찰이 「면제」되고 국정감사도 없어지는 등 「시어머니」의 수가 줄어 기존의 정부 임명직 사장보다 힘이 세다. 대우도 좋을 것 같다. 재경원의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국내 어느 전문경영인보다도 적지 않은 파격적인 대우를 해야 한다는 원칙은 서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 공기업은 자산 규모로 볼때 모두 30대 재벌에 드는 「공룡」들이다. 한국통신(14조1,556억원)은 재계 8위인 기아그룹(14조2870억원)보다는 작고 9위인 한화그룹(10조9670억원)보다 크다. 가장 작은 한국중공업(2조8,442억원)도 25위인 뉴코아그룹(2조7,980억원)보다 크다. 게다가 잘하면 경영학 서적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호기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적 현실에서 전문경영인의 성공은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니다. 경영실적이 계약을 초과달성하면 파격적인 실적급 및 주식매입선택권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감봉은 물론 임기중도에 해고까지 당할 수 있는 「비참한」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잘되겠느냐」는 우려가 많다. 실제 운영이 과연 법대로 되겠느냐는 걱정이다. 대표적인 「암초」는 정실에 의한 「낙하산인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낙하산인사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법안에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재경원은 법안이 6월 국회를 통과할 경우 9월까지 시행령과 정관 등을 만들어 10월부터 사장공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재미있는 「공기업 경영실험」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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