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국력결집만이 살 길”/경제 살리자·나라 살리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국력결집만이 살 길”/경제 살리자·나라 살리자

입력
1997.06.09 00:00
0 0

◎창간 43돌 특별기획/경제회복기미 희망이 보인다/근로자·가계 화합과 절제 뚜렷/대권싸움 정치권도 달라져야오랜 불황과 한보사태, 대기업의 잇단부도로 좌절의 늪을 허우적대던 우리 경제에 최근들어 희미하나마 희망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4월이래 내리막길로만 치닫던 수출이 4, 5월 연속 증가세로 돌아섰고 수입도 8개월만에 감소세로 반전됐다.

수출주력상품인 반도체 유화 철강 자동차 등이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출전선에 생기를 불어 넣고 있다.

수출 회복세를 반영하듯 산업생산증가율도 지난 4월 오랜만에 한자릿수를 벗어나 10.7%를 기록했다. 창고에 쌓이기만 하던 상품들이 팔리기 시작하면서 한때 20%를 넘었던 재고율이 13%대로 줄어들고 있다. 연초 3.4%에 달했던 실업률도 2.8%로 낮아지면서 실업대란의 우려를 진정시키고 있다. 경기의 체온계라 할 수 있는 증시에도 오랜만에 온기가 감돌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경제를 옥죄던 일본 엔화의 저평가추세가 강세기류로 돌아서 경기회복의 분위기를 고무하고 있다.

물론 여전한 자금시장의 혼란이나 매일 50여개씩 쓰러지는 중소기업 부도사태가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으나 그런 와중에서도 벤처기업 등 매일 70여개의 기업이 창업돼 경제의 새살을 돋우고 있다.

경기회복의 조짐과 함께 경제주체들의 달라지고 있는 의식과 행태가 우리 경제에 대한 또다른 희망의 단초들을 찾게 한다. 희망은 키울수록 커진다.

경제주체들이 과소비와 고임금, 고지가, 문어발식 차입경영과 관치경제라는 거품경제의 환영과 미몽에서 깨어나고 있다.

거품의 해소는 민초들에게서부터 불고 있다. 올들어 열악해진 고용과 기업경영환경의 고통분담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주체는 근로자들이다. 해마다 되풀이 되던 노사분란이 사라지고 사업현장마다 무교섭이나 임금인상 자제의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가계부도 씀씀이가 줄어들며 절제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들어 3월까지 소비지출증가율이 5.2%에 그쳐 12년래 최저를 나타냈다. 지출이 준만큼 가계흑자가 지난해보다 월평균 10만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가계저축의 증가를 예견케 한다.

혹심한 불황과 대기업의 잇단 부도는 값비싼 희생과 비용만큼이나 우리기업에 엄청난 교훈을 주었다. 이제 더이상 빚이나 부동산에 의지한 부풀리기 경영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게 되었다. 내실경영과 구조조정바람이 재계의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정부 역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자기한계를 인정하고 시장원리와 투명한 정책, 규제혁파와 자기개혁만이 우리 경제가 생존하고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음을 목도했다.

이제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않고 생생한 교훈을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를 하루빨리 체계화시키고 구조화시켜야 한다. 미명처럼 번져오는 희망의 조짐과 단초들은 우리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일으킬 수 있는 금세기 마지막 호재이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우리에겐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각오와 긴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기회를 놓칠 때 우리는 최소한 매년 2백억달러의 경상적자와 2천억달러의 빚더미 위에서 21세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적자와 외채망국의 위기속에서 선진국진입과 통일시대에의 기약은 헛된 꿈이다. 60년대이래 주체못할 경상흑자를 누적시켜 왔음에도 통일후 경제난에 시달리는 독일을 보라. 흑자는 커녕 빚더미를 안고서는 설령 통일이 주어진다해도 감당할 능력이 없음은 물론 한반도전체가 경제적 파국에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21세기는 경제패권시대다. 일본을 차치하더라도 중국이 무서운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다시한번 경제도약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운명을 이끌 수 없다. 19세기말의 비극을 되풀이 말란 법이 없다.

정치권부터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대선이 돈 안드는 선거로 치러지고 국론분열이 아닌 국력결집의 대전환이 되어야 한다. 경제를 살려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대의를 실현하는 비전과 철학 그리고 용기를 정치권이 제시해야 한다. 경제패권시대인 21세기의 문을 열고 선진한국 통일한국의 토대를 닦을 지도자를 뽑는 일은 국민의 몫이다. 한국일보는 창간 43돌을 맞아 「경제 살리자 나라 살리자」는 대기획을 시작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각계인사들로 부터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지혜와 각오를 들어본다.<이병완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