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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되어 동포애 꼭 보답”/거듭난 성덕 바우만 “한글 공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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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되어 동포애 꼭 보답”/거듭난 성덕 바우만 “한글 공부중”

입력
1997.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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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릿빛 건강한 얼굴 시골서 요양­운동/“한국일보에 감사”/내년 여름 고국방문 「생명의 은인」 만날 것『뜨거운 동포애와 한국일보사의 보살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건강을 되찾아 훌륭한 의사가 되겠습니다』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23). 불치병인 「만성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지난해 7월 조국으로부터 골수를 기증받아 새 생명을 찾은 그는 이제 구릿빛의 건강한 얼굴이다. 조국의 동포들이 근황을 궁금해 한다는 말에 양할아버지의 상을 당하고도 웃음으로 기자를 맞아준 바우만씨에게 11개월전 대수술을 받은 환자의 흔적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수술후 양부모가 살고 있는 미국 미네소타주 파인시티의 호숫가 집으로 돌아와 요양중인 그는 자전거 타기와 조깅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있다. 아직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그의 일과는 단순한 편이다. 의사의 권고에 따라 잠을 충분히 자고 깨어나면 집 뒤의 「크로스 호수」 주변 숲길을 따라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탄다. 운동후에는 양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아침을 먹고 독서와 컴퓨터 작업으로 낮시간을 보내며 하오엔 친구들도 만나고 있다.

바우만씨는 『파인시티는 인구 2천5백명의 한적한 시골이지만 공기가 맑고 골프, 수상스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 요양하기에는 그만』이라고 말했다. 1주일에 한 번 의사를 만나는게 외출의 전부인 그는 5월부터 인근 전문대학에 개설된 응급처치기술사 과정(10주)에 등록, 강의를 받고 있다.

골수이식 수술 후 그는 조국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게 됐다.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변화다. 그는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CD롬을 통해 한글을 배우고 있다. 바우만씨는 『한글공부는 내게 새 삶을 준 조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방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가 백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은 골수를 이식받은 5년 후인 2001년 7월께다. 일단 이식수술의 1차 성공여부는 다음달 13일 알 수 있다. 수술이 성공했다는 판정이 나면 공군사관학교에 재입교해 학업을 마친 후 의학을 공부할 예정이다. 그는 『20여년간 꿈꿔왔던 비행사는 병으로 이룰 수 없게 됐지만 의사 또한 고교시절부터의 꿈이었다』며 열의를 보였다.

그가 병을 자각한 것은 공군사관학교 졸업을 7개월 앞둔 95년 10월31일. 공교롭게도 자신의 꿈이 펼쳐지는 비행실습 때였다. 아찔한 현기증과 무력감에 시험기 T3선더버그를 비상착륙시킨 후 찾은 병원에서 만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유일한 희망은 골수이식수술. 그러나 인종이 다른 미국에서 같은 타입의 골수를 찾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바로 그 때 희망은 조국의 한 신문에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본보 95년 11월20일자를 통해 그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는 그를 돕기위한 골수기증자들이 줄을 이었다. 마침내 바우만씨는 지난해 7월5일 시애틀의 한 병원에서 그를 돕기 위해 미국을 찾은 서한국(24·충남 공주시 계룡면)씨로부터 골수를 이식받았다. 골수기증자를 찾는 과정에서 본보의 도움으로 지난해 4월 생모와 이복누나 김은실(34)씨까지 만날 수 있었다.

바우만씨는 74년 3월 경북에서 신씨 성을 가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세살 때인 77년 미국에 입양돼 현재의 양부모를 만나 훌륭하게 성장했다.

바우만씨는 내년 여름 한국에 가서 생명의 은인인 서씨를 만나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 바우만에서 한국이름 「성덕」을 넣어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이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된 그는 조국을 찾을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파인시티(미 미네소타주)="홍선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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