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의 본질은 「룰과 매너」에 있다. 그러면 골프가 주업인 프로골퍼나 이들을 관장하는 협회가 「룰과 매너」를 훼손한다면 존재의미가 없어진다.한국남자프로골프계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 공식대회에서 남의 볼을 치고도 선수는 벌타없이 라운드를 마쳤고 뒤늦게 이를 안 협회(KPGA)는 소리소문 없이 사건을 멋지게(?) 마무리했다. 아무도 보지 않았지만 볼을 건드렸다고 고백한뒤 2벌타를 자청하거나 스코어를 잘못 기입한채 제출, 출전을 스스로 포기하는 등 「룰과 매너」에 관련된 외국의 예는 허다하다.
4월에 열렸던 캠브리지멤버스오픈 2라운드. 파3홀에서 중견프로 K선수가 티샷한 볼이 산속으로 올라갔고 캐디가 볼을 찾아 무심코 2번째 샷을 했으나 뒤늦게 자신의 이니셜이 없는 남의 볼임을 확인했다. 그는 산속에서 자신의 볼을 찾아 다시 플레이를 했고 아무런 벌타없이 홀아웃했다. 이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프로골프협회는 회의를 소집했고 당사자가 오구플레이를 인정, 그의 성적과 상금을 몰수했다. 그런 다음 언론 등 관련단체에 징계결과에 대한 통보나 한마디의 해명도 없이 은근 슬쩍 사안을 파묻어 버렸다.
4년전 미국 플로리다 레이크 노나CC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박남신은 1라운드 75타를 74타로 기록한뒤 카드를 제출했다가 실격 당한바 있다. 박의 스코어오기 사건을 무심코 받아들였던 협회는 그후 사건이 외신을 타고 알려지고 주위의 비난이 쏟아지자 한국골프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며 무기한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고 1년3개월후 징계를 해제한바 있다.
K선수의 오구플레이와 박남신의 스코어오기는 「룰과 매너」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하지만 협회의 징계결과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4년전에는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자 중징계의 호들갑을 떨었고 이번에는 보안에 성공, 단지 상금과 순위를 몰수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면 상당히 오판한 것이다. 역시 「룰과 매너」를 훼손하며 스스로의 존재와 권위를 부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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