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접경지역 르포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땅 여기저기에는 중국에 사는 친척으로부터 먹을 것을 구하러 온 북한주민이 서성대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이들은 인편으로 중국에 편지를 보내놓고 답신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어떤 북한주민은 중국 접경지인 남양의 다리밑에서 50일동안 중극의 친척을 기다리다 못해 앉아서 죽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취재반이 입수한 이들의 편지는 하나같이 눈물겹다.
「보고 싶은 외삼촌께. 여기(남양)와 외삼촌을 기다린지 40여일이 되었습니다. 앓아 누워 있는 아버지를 집에 흔자 두고 왔는데 아직도 살아계시는지 의문입니다. 외삼촌, 지금 함흥에는 매일 수백명씩 죽어가는데 정말 이젠 막다른 골목이고 우리도 똑같은 형편에 놓여 있습니다.(중략) 외삼촌,어머니도 아버지도 죽기 직전인데 살아 있을때 마지막으로 꼭 한번 더 도와주십시오. 정말 강냉이 1g이 그립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가면 죽는 길밖에 없으니 꼭 만나야할 형편입니다. 강냉이 몇 kg이라도 꼭 가져 뫘으면 합너다.1997.5.3.」(함흥의 조카가 남양에 와서 옌볜(연변)의 외삼촌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하니? 오늘 인편에게 간단히 소식을 전하려 한다. 나도 앞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생전에 한번 만나 보았으면 좋겠다. 올때 식량과 전번 부탁한 간염약을 가져 오너라. 그럼 감사하겠다.1997.5.4. 언니가」(은덕에 사는 언니가 옌볜의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
북한을 자주 방문했다는 한 중국 무역인 리모(34)씨는 북한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는 열대지역이어서 사시사철 먹을 것이라도 있지만 북한은 겨울까지 있는데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한 동포는 지금 북한에서는 8월 햇강냉이만 나오면 먹고 살 수 있다며 죽을 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북한을 돕지 않으면 다시는 도울 수도 없다』며 잘사는 한국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간절히 당부했다.<단둥·옌지=특별취재반>단둥·옌지=특별취재반>
◎북 접경지대 중 동포 등 설문조사/중 동포 82% “북 수년내 붕괴”/“주민 하루한끼 연명” 49%·“김정일 측근 쿠데타 가능성” 51%
북한은 식량위기의 정확한 실체를 공개하지 않고있다. 우리 정부나 미국 중국등 관련국들조차 실제로 북한 주민들의 계층별 지역별 식량난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본지 특별취재반은 북한의 직접방문 취재가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식량난의 현주소와 효율적인 대책을 가늠해 볼수 있는 현실적 방법으로 두만강백두산압록강을 잇는 접경지대 일대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단둥(단동) 창바이(장백) 허룽(화룡) 룽정(용정) 옌지(연길) 투먼(도문)등 접경지대는 북한의 탈북자들이 가장 먼저 발을 딛는 곳이며, 국경무역이 활발해 북한 내 각종 정보가 최우선적으로 흘러나오는 곳이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북한에 가족과 친지를 두고 있는 사람이 많야 「친북한」성향을 띤다는 특징이 있다. 취재진은 총 216명의 조사대상자와의 면담과정에서 이들의 과장진술을 우려해 설문조사 전에 2∼3차례에 걸쳐 「이 조사는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기 위해 벌이는 시장환경조사니 절대로 과장하지 말고 들은대로, 생각하는대로 솔직하게 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들의 입에서 북한이 조속히 개방하지않을 경우 수년 내에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은 식량난 때문에 김정일 정권이 엄청난 난관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일부 주민이 사상 최악의 식량난을 견디다 못해 사람까지 잡아먹는다는 소문이 북한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육설을 들어보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216명 중 97.2%인 210명이 「들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216명 중 82.4%인 178명은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들 178명의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2%는 「김정일의 측근군부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 20%는 외곽부대가 쿠데타를 일으킬 것, 15.1%는 지식층이 일부 개혁적인 군부세력과 규합할 것, 11.4%는 민중봉기가 발생할 것으로 각각 예측했다. 북한 정권이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38명 가운데 김정일 정권이 위기를 잘 극복하거나 미국 한국 등 외부의 지원으로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반면 33명(86.8%)은 김정일이 군 요직인사나 개혁파인사, 일반 주민에 대한 감시체제를 강화, 대규모 소요사태나 쿠데타를 철저히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생지옥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답변했다.<단중·옌지·창바이=특별취재반>단중·옌지·창바이=특별취재반>
□설문방법
취재진은 북한의 가장 최근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탈북자들을 최우선 조사대상자로 삼았다. 그러나 황장엽씨 망명사건이후 중국 접경지역에서 활동하는 북한공안원(일명 특무)들이 탈북자 색출에 혈안이 돼있기 때문에 댜수의 탈북자롤 만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취재진은 따라서 중국인이나 중국 국적의 재중동포 가운데 북한에 대해 보다많은 정보를 습득했을 사람들을 선별해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들 탈북자를 보호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보호하고 있는 중국인과 동포, 북한에 친인적을 두고 있는 동포, 북한을 자주 오가는 중국인 또는 동포무역인등을 조사대상자에 넣었다. 또한 보다 객관적인 북한 정보를 얻기위해 접경지대의 중국인들중 언론인과 공산당 간부, 교수, 관료, 경찰, 공안요원등에게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중국인과 동포는 모두 「최근 6개월 이내에 최소한 한번 이상 북한을 방문했거나 북한인을 접촉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한정했다. 취재진은 우선 20명을 예비조사 대상자로 선정해 서울에서 작성해간 질문서에 대해 예상되는 답변을 만든 다음, 2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롤 실시했다.
□조사대상자
1.북한을 자주 오가는 교포 경제인
1)총경리(대표이사) 6명 2)부경리 이하 3O명/36
2.탈북자를 직접 보호한 적 있는 중국인과 교포
1)탈북자 10명 2)현재 탈북자 보호중 12명 3)탈북자 보호 경험 24명/46
3.국경지대 중국국적 교포
1)북한에 친인척 있음 74명 2)북한에 친인척 없음 20명/9 4
4.기타
1)언론인 11명 2)공산당 간부 12명 3)대학교수 8명 4) 행정관료,경찰 등 9명/40
총계 216명
□주요 설문내용
1.현재의 북한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1)경제 마비되고 주민이 도탄에 빠져있다 206(95.4)
2)식량난 있지만 그럭저럭 살만 10(4.6)
3)식량사정이 심각하지 않다 0(0.0)
2.요즘 북한 일반주민들의 1인당 하루평균 식사량은 어느정도 된다 고 보는가
1)3끼 0(0.0) 2)2끼 10(4.6)
3)1끼 106(49.1) 4)이틀에 한끼 88(40.7)
5)사흘에 한끼 이하 12(5.6)
3.북한 식량난의 원인은
1)95년부터 발생한 수해 때문 14(6.5)
2)소련 붕괴,중국의 시장경제체제 도입등 외부적 요인 8(3.7 )
3)폐쇄경제 고집, 경쟁력 상실 16(7.4)
4)위 3가지 요소 복합된 문제 178(82.4)
4.인육설을 들어본 적이 있나
1)들어본 적 있다 210(97.2)
2)들어보지 못했다 6(2.8)
5.인육설을 들었다면 누구로부터 들었는가
●위 4번문항 1번 응답자 210명 대상
1)끌려가는 모습, 처형장면 목격 4(1.9)
2)친척이 목격, 여러 경로 확인 37(17.6)
3)믿을만한 사람으로 부터 56(26.7)
4)소문으로 알게 됐다 113(53.8)
6.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경우 북한 정권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1)붕괴 가능성이 있다 178(82.4)
2)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38(17.6)
7.붕괴 가능성이 있다면 그 시기는 언제
●위 6번문항 1번 응답자 178명 대상
1)3년 이내 96(53.9) 2)4∼5년 56(31.5)
3)6∼10년 20(11.2) 4)11년 이상 6(3.4)
8.북한 정권이 붕괴된다면 어떤 형태로 붕괴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위 6번문항 1번 응답자 178명 대상
1)외곽부대 쿠데타 36(20.0)
2)김정일 측근 군부 쿠데타 92(51.2)
3)민중봉기 20(11.4)
4)지식층, 개혁 군부세력 결합 26(15.1)
5)기타 4(2.3)
9.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위 6번문항 2번 응답자 38명 대상
1)김정일정권이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2(5.3)
2)미국 한국등 외부의 지원으로 식량난을 극복할 수 있다 3(7 .9)
3)김정일이 군 요직인사나 주민등에 대한 감시망을 강화, 대규모 소요사태나 쿠데타를 철저히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생지옥과 같은 상태가 지속될 것이다 33(86.8)
10.북한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생 각하는가
1)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것이다 43(20.0)
2)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다 119(55.1)
3)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54(24.9)
11.북한은 현재의 경제난을 어떻게 타개해야 한다고 보는가
1)체제를 개방, 시장경제 도입 180(83.3)
2)장기간에 서서히 개방한다 17(7.9)
3)동독처럼 남한에 정권을 이양한다 19(8.8)
12.한국은 북한의 경제난과 관련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펴야 한 다고 보는가
1)정치적 상황과 식랑을 연계 12(5.6)
2)김정일 정권의 붕괴를 기다리며 식랑을 지원하지 않는다 14( 6.5)
3)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늘리며 북한이 시장경제로 나오도록 유도한다 190(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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