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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혼자 산다/“시끌벅적 하숙집보다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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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혼자 산다/“시끌벅적 하숙집보다 원룸”

입력
1997.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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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 영화도 혼자 즐기는 게 좋다”/개인주의 확산·학부제 맞물려 ‘나홀로 문화’가 대학가 점령「혼자가 좋다」. 하숙보다는 원룸식 자취방이 좋고 모여서 하는 토론보다는 컴퓨터채팅이 좋다.

하숙생들이 시끌벅적하게 술판을 벌이거나 카드를 치던 풍경은 이제 80년대 대학을 다녔던 30대의 추억거리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나만의 공간인 원룸생활을 선호하고 고시공부를 위해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는가 하면 PC통신을 하기 위해 수업이 끝나자 마자 컴퓨터 앞에 매달리는 모습이 요즘 대학가의 신풍속이다.

우선 대학가 주변의 주거문화부터 완전히 바뀌었다. 형편이 어려운 지방학생들의 고달픈 「서울유학」생활의 상징이었던 좁고 어두운 자취방은 경제적 풍요가 뒷받침되야 하는 현대식 원룸형 자취방에 의해 밀려났다.

원룸은 에어컨 싱크대 가스레인지 소파 등 기본 가구와 생활용품들이 갖춰져 있어 몸만 들어가더라도 별 어려움 없이 쾌적한 생활이 가능한데다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는 철저한 독립형태. 이때문에 요즘 여유있는 부모를 가진 대학생들로부터 상한가의 인기를 누리면서 급속히 대학가 전체의 모습을 바꿔가고 있다.

서울대와 대표적인 대학가인 서울 신촌, 홍익대 주변에는 구식 하숙집을 20∼30개의 방을 갖춘 원룸형 주택으로 개조하는 붐이 일고 원룸식 빌딩을 짓는 공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통 8∼12평 남짓한 원룸형 자취방은 전세 3,500만∼4,000만원으로 비싼데도 찾는 대학생이 많아 공급이 딸릴 정도다.

대학가에 「노래방」 「비디오방」 「전화방」 「게임방」 등 갖가지 종류의 「방」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요즘에는 혼자 조용히 분위기를 즐기며 술을 마시는 신세대들이 늘어나면서 「칵테일방」이라는 신업종까지 생겨났다. 이같은 「방」문화는 나홀로를 지향하거나 자신과 뜻이 맞는 한정된 몇사람이 모여 자유를 누리고 싶어하는 신세대의 정서에 영합하면서 한편으로 이같은 풍조를 확산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학부제가 「과단위」의 기존 공동체문화를 해체, 나홀로문화를 촉진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전 학과제에서는 동일한 「전공」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됨으로써 선후배간 유대가 당연스러운 것이었으나 현재의 학부제에서는 과나 동기라는 개념이 거의 없어 각자가 공동체로서의 소속감조차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선배들의 조언을 기대하거나 열띤 토론에 참여하기 보다는 학생생활상담연구소를 찾아 문제를 털어놓거나 익명성이 보장되는 컴퓨터 채팅을 선택한다. 대학관계자는 『80년대는 학생들이 뭉칠 수 있는 분명한 사회적이슈가 있었지만 90년대로 넘어오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각종 매개체가 해체되고 생존경쟁까지 치열해져 자연스럽게 나홀로문화가 팽배해졌다』고 분석했다.

연세대 대학원생 김두한(29)군은 『이같은 문화가 자기개발에는 큰 도움이 될 지 모르나 대학과 학생들의 현실도피로 이어지지 않을 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이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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