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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정치 성공하려면/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언론학(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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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정치 성공하려면/이효성 성균관대 교수·언론학(전문가 진단)

입력
1997.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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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공정성 바탕 후보자 토론장 마련/자질·정책검증 질문 소양·식견보고 ‘선택’오늘날의 정치는 대체로 신문,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에 의존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알려야 할 결정이나 방침을 공지하는 데도 매체를 이용한다. 정치가의 언행도 매체를 통해서 국민에게 알려진다. 여론도 주로 매체를 통해 형성되고 표출되며 심지어는 신문이나 방송의 의견이 여론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대통령직을 비롯해 공직을 다투는 선거운동도 주로 매체를 통해서 수행된다.

이와 같이 정치가 주로 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오늘날의 정치를 매체정치라고 부른다. 매체가 널리 보급되고 사람들의 생활이 바빠질수록 정치는 싫든 좋든 점점 더 매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치가 매체에 의존하면 할수록 정치행위는 매체를 겨냥해서 행해지게 된다. 정부의 발표, 정치인의 언행, 선거전략 등이 신문 방송과 같은 대중매체에 의해 어떻게 다루어질 것인가를 의식하고 또 대중매체에 좋은 빛으로 크게 다루어질 수 있도록 의식한다는 것이다. 국민을 의식한다는 것은 여론을 의식하고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매체정치는 결국 여론정치를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여론정치는 한편으로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민주정치가 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대중적인 인기에만 영합하는 인기정치가 될 수도 있다.

매체정치는 특히 더 선거에서 두드러진다. 오늘날 신문 방송은 선거에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사실 선거가 신문 방송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후보는 신문이나 방송을 잘 활용하여야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선거운동은 대체로 신문이나 방송을 어떻게 유리하게 활용하느냐 하는 매체전략이 중요하게 되었고 따라서 그런 전략을 잘 수립할 수 있는 매체전문가나 홍보전문가가 선거운동에서 핵심참모로 등장하게 되었다. 또 아예 신문이나 방송을 잘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언론인이나 방송인들이 정치에 많이 진출하게 된다. 신문 방송을 잘 다루고 활용해야 정치적으로 크게 출세할 수도 있다.

매체를 주로 이용하는 선거는 후보가 유권자를 직접 만날 필요성을 줄인다. 따라서 금품수수나 향응과 같은 선거부정이 줄어들게 된다. 매체를 이용하는 선거는 또 대중유세와 같이 사람을 대규모로 동원할 필요도 없애버린다. 그래서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게 한다. 금권정치, 또는 「고비용 저효율정치」가 문제가 되는 오늘날의 우리 정치현실에서 매체정치가 그 대안으로 대두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선거가 매체를 주로 활용하게 되면 당선여부가 후보의 자질 식견 지도력 정책 등과 같은 본질적인 차원보다는 후보의 선거전략, 홍보술 겉모습 이미지 등과 같은 부차적인 요소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 또 매체가 공정하지 않으면 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된다. 게다가 선거가 매체에 의존할수록 정당의 역할이 축소되고 사람들의 정치참여도 줄어들게 된다.

매체는 크게 선거보도, 후보자 광고, 후보자 연설, 후보자 토론 등 네가지 방식으로 선거와 관계를 맺는다. 이 가운데 선거보도는 주로 누가 이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경마저널리즘으로 흐른다. 후보자 광고나 연설은 후보자 자신의 일방적인 자기선전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후보자 토론은 후보자의 자질 소양 식견 입장 비전 이념 정책 지도력 등을 검증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후보자 토론이 후보를 제대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 되려면, 첫째 질문자들이 후보자의 자질이나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야 하고, 둘째 후보는 질문을 얼버무리거나 회피하지 말고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 셋째 시청자인 유권자는 후보의 겉모습이나 연기력보다는 소양과 식견, 정책을 보고 우열을 판별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후보자 토론은 금권·타락선거를 대체하고 유권자가 좋은 후보자를 판별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매체정치의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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