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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전국조직 해체할 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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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운동 전국조직 해체할 때(사설)

입력
1997.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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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 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제5기 출범식을 둘러싸고 나라안이 온통 시끄럽다. 한총련이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집단이기에 그들의 연례적 행사인 출범식 때문에 열차와 지하철이 강제로 정차되고, 서울도심이 폭력시위에 휘말려 시민들이 불안과 불편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것인가. 그들이 과연 어떤 존재들이기에 선량한 시민을 때려 숨지게 하는 린치마저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며칠째 계속되는 한총련 관련보도에 접하면서 이른바 우리의 「학생운동」이 지향하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에 깊은 의문을 갖게 된다.한총련은 두 말할 것도 없이 학생운동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전국의 4년제 대학과 일부 전문대의 총학생회 연합체일 뿐이다.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대학생들이 학생운동을 하기 위해 전국적인 집단체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곳은 우리 말고는 없다.

물론 우리의 대학생들이 전국적인 집단을 만들어 학생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데는 60∼80년대의 불행했던 우리의 정치적 상황 때문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독재정권과 군사정권 그리고 권위주의정권을 타도하고 우리의 정치풍토를 민주화하는 과정에서는 각 대학의 학생회가 제각기 행동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93년 김영삼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각 대학의 총학생회가 식민치하에서 나라의 독립운동이라도 전개하듯이 전국적인 집단체를 만들어야 하고 비밀스럽게 집회를 모의하고, 툭하면 폭력을 앞세우고 공권력과 힘으로 맞대응도 불사하는 식의 학생운동을 더 이상 전개할 명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들의 행동에 대해 시대착오라는 공감이 형성되는 것도, 미망에서 벗어나 수긍받을 수 있는 학생운동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한총련」과 같은 학생운동의 전국조직체는 마땅히 해체해야 한다고 본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선진국의 학생운동처럼 단위대학의 학생운동으로 회귀해야 마땅하다. 21세기를 앞둔 대학생들의 학생운동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도록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촉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새 학생운동의 이정표는 어떠해야 할 것인가. 그 첫째 요건은 단위대학 학생복지 차원의 운동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고지성인과 이성인답게 학문연구와 학술토론위주의 운동이 되어야 하고 연구와 면학분위기를 만드는 데 학생운동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 사회적인 의사표시도 「학생다운」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학생들이 구국차원에서 콩놓아라 팥놓아라 할 단계는 지났다.

그렇다면 학생운동이 더 이상 정권타도 방식으로 전개돼 힘을 소진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한총련의 즉각적인 해체를 다시 촉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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