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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의 여전사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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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공간의 여전사 7

입력
1997.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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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경(45) ‘단군의 땅’ 등 머드게임분야 두각/이경순(31) 작년매출 12억원 최대 게임업체/정영희(33) ‘창세기전’으로 게임계 스타 부상/서지현(32) 인터넷 통합SW ‘인트라웍스’ 히트/장성미(30) 인터넷 교육시스템으로 급성장/정진영(33) 운동권 동지규합 교육CD롬 개발/김양신(43) 정통부 개발과제 따내 업계 주목남성 못지않은 뚝심과 뛰어난 경영감각으로 국내 정보통신 업계를 주름잡는 여성 정보인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결혼까지 미루는 일에 대한 열정, 탄탄한 전문성을 무기로 벤처기업을 설립, 국내 정보통신 업계에 맹위를 떨치고 있다.

8일 하오 11시 서울 강남구 포이동 온라인게임 개발업체인 마리텔레콤 사무실. 장인경(45) 사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컴퓨터 도사」들로 구성된 핵심참모 6명과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계획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었다.

『국내 통신환경에서는 우리가 개발중인 3차원 그래픽 머드게임을 상용화할 수 없습니다. 좁은 국내시장에 연연하지 말고 실리콘밸리로 진출, 세계무대를 겨냥한 사업을 해야 합니다』 장사장은 20대 후반 참모들의 주장을 묵묵히 듣고 난 뒤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해외진출은 위험부담이 큽니다. 그러나 향후 세계 통신게임 시장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해외거점이 필요하다는 여러분의 주장에 동의합니다. 그럼 7월15일로 예정된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창업지원센터(SBI)」 입주 날짜에 맞춰 실무를 추진하세요』 특유의 결단력으로 회의를 마친 장사장은 새벽 2시를 훨씬 넘겨 사무실 옆 숙소로 들어갔다. 일에 파묻혀 사느라 그는 아직 미혼이다.

71년 여성 최초로 서울대 공대(전자공학과)에 입학해 화제를 모았던 장사장은 94년 KAIST출신의 프로그래머들을 모아 국내 최초의 머드게임 「단군의 땅」을 시장에 내놓아 공전의 히트를 쳤다.

현재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맹렬 여성정보인은 20여명. 한국여성정보인협회 이기호(이대 공대학장) 이사장은 『현재 국내 전산인력 가운데 여성비율은 30% 정도로 다른 산업에 비해 다소 높지만 벤처기업을 창업한 여성정보인은 극소수』라며 『이들은 주로 게임이나 인터넷, CD롬타이틀 등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필요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PC게임 개발업체인 「에프·이 월드」 이경순(31) 사장은 29살때인 95년 부모님을 졸라 1억원의 사업자금을 받아 창업했다. 96년에는 국내 최초로 고기능 컴퓨터인 워크스테이션을 이용한 고화질 게임 「야화」를 출시, 국내 게임으로는 드물게 3만4,000본의 판매기록을 세우면서 게임시장을 석권했다. 창업 2년만에 개발진 40여명과 함께 매출액 12억원(96년)을 기록한 국내 최대 게임업체로 성장한 것이다. 소프트맥스 정영희(33) 사장도 게임업계의 걸출한 여성경영인.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국산게임을 만들겠다』며 93년 창업한 정사장은 96년 발표한 「창세기전」으로 정보통신부 「신소프트웨어 대상」과 문화체육부 「게임대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게임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인터넷 분야의 여성정보인 활약도 돋보인다. 연세대 전산과학과 출신인 버추얼아이오시스템의 미혼사장 서지현(32)씨는 91년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창업했다. 서사장은 (주)대우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의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대행을 맡으면서 기반을 다지다 96년 인터넷 통합 소프트웨어인 「인트라웍스」를 내놓으면서 전문업체의 자리를 굳혔다. 현재 30여명의 전문인력에 12억원(96년)의 매출실적을 가진 중견업체로 발돋움했다. 푸른웨어시스템 장성미(30) 사장은 인터넷 원격교육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미혼여성. 94년 창업했으며 학생 교육용 CD롬 타이틀과 방송통신대학의 학습용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최근 대학의 인터넷 원격교육시스템 설치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세가 급성장, 올해 매출액 2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CD롬타이틀도 여성파워가 두드러지는 분야. 교육용 CD롬타이틀 제작업체인 아이코 정진영(33) 사장은 탁월한 경영능력과 함께 화려한 학생운동 경력을 지닌 이색 경영인이다. 서울대 미술대 서양화과 83학번인 정사장은 학창시절의 학생운동 동지들을 규합, 『획일적인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창의적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취지로 93년 창업했다. 아직 미혼인 정사장은 지금까지 「귀신쫓는 삽살 개」, 「일곱마리 너구리의 한글유치원」 등 교육용 타이틀을 개발,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 설치사업에도 나서 지난해 9억원의 매출을 올린 탄탄한 업체로 성장했다. 청미디어 김양신(43) 사장은 20여년간의 프로그래밍 경력을 바탕으로 94년 CD롬타이틀 제작분야에 뛰어들었고, 96년 정통부의 초고속정보통신망관련 응용기술개발과제를 따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김사장은 7월 인터넷 그래픽 머드게임 「워바이블」을 출시, 온라인 게임 분야에도 진출할 계획이다.<전국제·홍덕기 기자>

◎F학점 천재들의 대모 장인경 사장/인터넷 머드게임에 빠져 낙제위기에 처한 KAIST괴짜들 ‘구원’ 함께 ‘단군의 땅’ 개발

마리텔레콤 장인경 사장의 별명은 「F학점 천재들의 대모」. 90년대초 국내에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인터넷 게임 「머드」에 미쳐 학업을 등한시, 제적위기에 처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학생들을 선도했던 일화 때문에 붙여졌다.

장사장과 이들의 인연은 인터넷을 통해 시작됐다. 91년 국내에서 처음 KAIST에 인터넷이 개설되자 이들은 하루 20여시간씩 머드게임에 빠져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결국 학점미달로 졸업을 못하게 되는 상황에 처했다. 이때 장사장이 구원의 손길을 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위험천만한 지적호기심을 알고있던 장사장은 모교인 서울대 공대 출신의 KAIST 교수들을 설득, 컴퓨터 천재들에게 졸업의 길을 터 주었다.

문제의 학생들이 바로 장사장과 함께 국내 최초의 머드게임인 「단군의 땅」을 선보인 마리텔레콤의 핵심 기술진들이다.

국내 머드게임의 최고 권위자로 통하는 김지호(26)씨도 그중의 한사람. 김씨는 당시 「컴퓨터세계」에서는 천재로 통했지만 학교에서는 낙제 위기에 처한 문제아였다. 김씨는 장사장의 도움으로 94년 게임개발회사인 (주)풀바람시스템을 창업, 본격적인 컴퓨터인생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재기의 기회를 준 모교를 찾아 보은의 주식 2,000주를 기증했다. 장사장도 여기에 4,000주를 보탰다. 주식가격은 모두 1억5,000만원정도에 달한다.

이모(26)씨 등 나머지 5명은 모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국내 인터넷 회사 등에서 제 2의 컴퓨터 인생을 살고 있다.<홍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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