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알제리 총선에서 군부의 지지를 등에 업은 집권 국민민주주의(RND)를 비롯한 친정부 계열의 정당들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최대 야당세력인 회교구국전선(FIS)의 총선 참여가 원천 봉쇄된 가운데 「이빨 빠진」 제도권 야당과 맞붙은 여권의 승리는 당연한 귀결이었다.공식집계 결과 라민 제루알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권인사들로 4개월전 급조된 RND는 총 380석중 155석을 얻어 제1당의 지위를 확보했다. 친정부계열의 구 집권당 알제리민족해방전선(FNL)도 64석을 획득했다. 회교세력의 집권봉쇄를 공동 지향해 온 두 세속주의 정당이 뭉칠 경우, 제루알정권의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여권의 승리는 정국 안정을 기약할 수 없는 「반쪽 승리」에 불과하다. 5년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군부 쿠데타에 이은 총선 무효화조치로 집권이 좌절된 FIS는 아예 불법단체로 규정돼 총선 참여의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물론 회교세력들은 총선 패배를 인정치 않고 있다.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과 광범위한 선거부정이 행해졌다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FIS의 수뇌부도 6일 선거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총선을 통해 정치 기반을 확대하고 회교세력의 무장투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제루알 대통령의 시도가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92년 총선무효화조치이후 거듭되는 정국혼미와 회교 과격분자들의 테러로 사망한 알제리인들은 모두 6만여명. 제루알 대통령은 총선후 ▲과격 회교세력에 대한 척결 ▲경제발전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으나 내전을 방불케하는 알제리의 정국혼란이 쉽사리 진정될 지는 의문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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