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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표(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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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대표(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Ⅱ)

입력
1997.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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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상황 이럴땐 어떻게/노조총파업 “긴급명령 피하고 끝까지 조정노력”/장남 의원출마 “오해소지… 나서지 않도록 할 것”질문 1.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내일부터 전국적인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경제부총리는 헌법 76조에 따라 경제에 관한 긴급명령을 발동해 정면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정무수석은 국민에게 인내를 호소하며 시간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고 건의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질문 2.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장남이 국회의원에 출마하겠다고 합니다. 내 임기중에는 안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무소속으로라도 나가겠다고 막무가내입니다. 심지어 부인도 『아들은 아들 인생이 있는 법이다. 당신때문에 젊은 아이의 장래를 막을 수는 없다』며 아들편을 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회창 대표는 첫번째 질문에 『전국적인 총파업이 일어난다고해서 바로 긴급명령을 발동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선 답변했다. 오랜 법조생활경험을 바탕으로 한 답변인 것 같았다. 이대표는 『총파업과 같은 경제적 위기상황에선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느냐』는 추가질문이 나오자 『노동쟁의 발생과정을 보면 당일에도 타협되는 경우가 있다』면서 『최후까지 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대표는 이어 『긴급명령같은 초법률적인 조치는 헌정원칙상 함부로 발동돼선 안된다』며 법이론상의 이유를 설명한뒤 『마지막까지 발동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 이대표는 먼저 『대답하기 어렵네…』라고 말문을 연 뒤 『대통령 직무수행에 쓸데없는 영향이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면 아들이 출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대통령제를 하는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친인척문제가 국민적 관심사이므로 각별한 조심을 해야 한다』는 평소 소신도 뒤따랐다. 이대표는 또 『평소에는 아내 말에 꼼짝 못하지만 이런 경우는 다르다』고 말해 부인이 아들편을 들고 있지만 이번 만큼은 설득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전문가 평가◁

긴급명령과 같은 초법률적인 조치를 발동할지 여부는 일종의 통치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정치경제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판단할 문제다. 이런 관점에서 성급한 긴급명령발동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이대표의 답변은 대통령의 신중한 정책결정을 강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제부총리와 정무수석의 의견차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면 좋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장현규 기자>

◎당내 타주자들 서면질문/국정·재판 차이 “정치는 옳고 그른 것 모두 수용”/젊은지도자론 “나이가 아니라 사고가 젊어야”

이회창 대표에 대한 서면질문에는 이홍구·이한동·박찬종 고문, 최병렬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등 5명이 응했다. 이수성 고문과 김덕룡 의원은 질문서를 내지않았다. 다른 후보진영에 대해서는 정책질의가 주조를 이뤘으나 이대표에 대해서는 경력과 정치이미지를 겨냥한 직설적인 질문이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이한동 고문과 최의원측은 『총리직과 당대표직중 어느 것이 더 보람차다고 생각하는가』 『국정은 재판과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대해 이대표는 『양쪽 다 보람있는 일로 보람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자 한다』고 원칙적인 답변을 했다. 이대표는 또 『재판은 옳고 그른 것만 있고 중간영역이 없지만 정치에선 옳고 그른 것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면서 『몸에 배어 있을지 모를 흑백재단의 논리를 무척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홍구 고문진영은 권력분산론에 입장을 물었고, 이대표는 『현행 헌법 아래서도 총리는 국정의 2인자로서 내각을 총괄하며 국정을 이끌어갈 권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표는 94년 4월 당시 총리직사퇴파동과 관련, 『최선을 다해 총리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려고 노력했다』고 전제한뒤 『당시에는 사표제출이라는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박고문측은 물기있는 쓰레기에 대한 대책을 물었고, 이대표는 『물기있는 쓰레기는 원초적으로 수거의 전단계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지사진영은 「젊은지도자론」에 대한 입장을 질문했고 이대표는 『젊음이 중요하지만 나이의 젊음이 아니라 사고의 젊음이 중요하다』고 답변했다.<장현규 기자>

◎시민포럼 이모저모/“처음부터 대표지명 말지” 새 방어논리/“대통령이나 된 다음에…” 예봉 피하기도

이회창 대표는 7일 포럼시작부터 1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대표직사퇴와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공격성 질문에 때로는 정공법으로, 때로는 위트를 섞은 임기응변으로 돌파했다.

이대표는 이같은 질문방향을 예상한 듯 시종 흔들림없는 자세로 답변에 임했다. 이대표는 이날따라 예전에 선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방어논리를 몇차례 구사, 『대표직자체가 공정경선을 저해한다면 처음부터 대표지명을 하지 말거나 대표직 유지에 대한 시한을 정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에서 패널리스트들은 쉴새없이 이대표에게 예리한 질문으로 퍼부었으나 이대표는 차분한 논리로 이를 잘 방어했다는게 중평이었다. 토론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토론의 초점이 정치현안과 이대표의 주변문제에 집중되는 바람에 경제난과 통일·안보분야 등 정책분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박 총장과 서먹 말 나올 정도”

○…이대표는 『어쨌든 대표직문제로 당의 분열상이 심화하고 있으니 대표로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이 잇따르자 『그렇다면 다른 대선주자들이 모두 경선에 나오지 말라고 하면 출마를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란 말이냐』고 응수했다. 이대표는 『대표직 수행과정에서 대표가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며 대표직사퇴를 요구하는 다른 주자들의 입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원칙에 벗어난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대표는 『대표에 취임하기 전에는 대선주자가 대표가 돼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내 입으로 한 얘기가 아니다. 다만 대표는 공정성유지를 위해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이대표는 이어 『최근 나와 박관용 사무총장과의 관계가 서먹서먹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대표 프리미엄」을 강하게 부인했다.

○“150㎝에 90㎏인 사람도 있다”

○…이대표는 대선자금문제와 관련, 『92년 대선 당시 선대본부장이었던 김영구 의원에게 관련자료가 있는지 물어보았느냐』 『선거자금장부를 대선직후 폐기한 것은 사실상 실정법위반인데 왜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우회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대통령이 된후 자료가 나온다면 수사를 지시할 용의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선 대통령이나 된 다음에 생각해보자』며 웃음을 유도, 예봉을 피해가는 여유를 보였다.

이대표는 두 아들의 병역면제 사유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질문공세를 받았다. 이대표는 『키가 179㎝인 장남의 몸무게가 어떻게 병역면제기준인 43㎏미만일 수 있느냐』는 추궁에 『키 150㎝에 몸무게가 90㎏인 사람도 있다』고 응수했다. 이대표는 『지난해 연말 노동법 날치기처리에 참여한 것도 소신이냐』는 물음에는 잠시 곤혹스런 표정을 지은뒤 『당론이 정해졌는데 나만 빠지면 비겁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해를 구했다.

○…포럼현장에는 이대표의 특보단과 측근의원 및 위원장 30여명이 대거 방청했고 이대표부인 한인옥씨는 방청석에서 잠시도 이대표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긴장된 모습으로 토론과정을 지켜봤다. 이대표는 토론회가 끝나자 패널리스트는 물론 방청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에 앞서 이대표는 토론회시작 1시간전부터 토론회장에 나와 방송사측이 마련한 분장을 사양하고 전속분장사에게서 분장을 한뒤 예상질문에 대한 답변을 꼼꼼히 읽어보는 등 주도면밀한 태도를 보였다.<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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