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면 비아냥 주면 쑥덕 “곤혹”/대의원 「끄덕파」「겁주기파」 갈려/「카더라 방송」 등 일부 혼탁조짐/주자들 맨투맨 접촉 바닥훑기신한국당 경선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지구당 대회를 통해 전당대회 대의원들이 속속 확정되면서 위원장들을 대상으로 전개돼 오던 표심 끌어안기 작업이 대의원 중심의 득표활동으로 바뀌고 있다. 각 주자들은 시간이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지구당 대회에 참석하고 있고, 캠프 실무진들은 지역별로 책임자를 선정하는 방식 등으로 맨투맨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득표활동 양태도 주자의 특장과 캠프의 특성에 따라 가지각색이다. 지구당 당직자와 대의원들을 상대로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는 주자들이 있는가 하면, 조직과 인원에서 열세인 일부 주자들은 「대의원 혁명」 등을 호소하며 언론매체를 통한 「입대결」에 치중하고 있다.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누구는 탈당한다더라』 『누구는 중도사퇴한다더라』 『누구는 누구와 손잡는다더라』는 등의 「카더라 방송」과 매터도, 흑색선전 등도 은근히 번지고 있다.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들이 보이는 반응과 대응도 천태만상이다. 무조건 도와주겠다고 약속하는 「끄덕이파」가 있는가 하면 『신경 제대로 쓰지 않으면 곤란해진다』는 「겁주기파」도 있다.
각 주자진영이 토로하는 공통적인 어려움은 역시 돈문제다. 한 대선주자는 『원외위원장들에게 지지의원들을 보내 도움을 청했더니 지구당 운영비 지원을 요구하더라』면서 『줄 돈도 없었지만 설사 돈이 있어 준다 해도 부작용이 생길 것이 걱정돼 못들은 척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영입파 대선주자 진영의 한 관계자는 『일부 지구당위원장들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해 대단히 곤혹스럽다』며 『위원장 몇명과 직접 만나 점심을 먹고 헤어졌는데, 「밥만 사면 괜히 욕만 듣는다」 「돈쓸 줄 모르는 걸 보니 역시 아마추어」라는 뒷얘기를 들었다』고 쓴 입맛을 다셨다.
당내파 대선주자 진영의 한 의원은 『직접 현장에 내려가면 「이 지역은 걱정마라. 무조건 밀어준다」고 약속하는 사람들과, 일부러 불리한 이야기를 하면서 「신경쓰라」고 요구하는 2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밥만 사고 맨손으로 돌아서면 「말만 번지르르하고 주는 것은 없다」고 뒷말을 하고, 격려금이라도 쥐어주면 「어디서 돈이 나서 물쓰듯 하는지 모르겠다」고 쑥덕거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각 대선주자 진영은 표심붙들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진영은 캠프 의원들이 지구위원장들을 상대로 올코트 프레싱을 하고 있다. 위원장들을 만날 때 대의원들이나 예상 대의원들을 함께 데리고 나오게 함으로써 2중의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또 지역별로 3∼4명으로 이루어진 팀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대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서울 광주 대구 강원 등 4개 지역은 이대표가 직접 지구당대회에 참석한다.
이수성 고문은 「후발주자」여서 아직은 가용인력이 부족한 편이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않았다고 판단, 「3배 더 뛰기」를 통해 탄력이 붙어가고 있는 이수성대안론을 일거에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중앙위원회와 국책자문위원은 물론 사회지도층 인사들을 다각도로 접촉하는 한편 시·도별로도 측면조직을 총동원, 대의원 낚기를 하고 있다.
박찬종 고문은 지구당위원장들보다는 대의원들의 지지가 더 높다는 자체분석에 따라 밑으로부터의 열기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박고문이 직접 당직자와 대의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지지를 호소하고 있으며, 9일부터는 부산지역을 시발로 지구당을 돌면서 밑바닥 훑기에 나설 예정이다.
김덕룡 의원은 탄탄한 조직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전국을 30개 권역으로 나눠 책임자를 선정, 이들이 중심이 돼 대의원들과 일대일 접촉을 하고 있다. 아직은 초반단계여서 연고권 사람들을 주로 접촉하고 있지만 대의원들이 모두 확정되면 모든 조직을 풀 가동, 전국적인 표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이한동 고문은 자체 조직과 자신을 지지하는 중진의원들이 확보하고 있는 인맥을 통해 그물망짜기를 하고 있다. 이고문은 개인일정으로 지난 5일 계룡산에서 열린 민주산악회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되자 용산역 광장에 나가 버스로 출발하는 참석자 모두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등 민주계 껴안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인제 경기지사는 대의원들과 지구당 핵심당직자들에게 「관련 기사 모음집」을 보내고 있다. 연고권인 경기와 충남을 중심으로 동심원 그리기에 착수했으며, TV토론회가 끝나는 16일부터 전국 지구당을 순방할 계획이다.
이홍구 고문은 TV토론회에서 선언한대로 대의원 직접 접촉은 일절 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언론매체를 활용, 정책공약 발표 등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계획이다. 최병렬 의원 역시 지구당위원장 확보수로 따지면 턱도 없는 상황이어서 경선참여 선언당시 밝힌대로 대의원 혁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홍구 고문과 마찬가지로 대의원 접촉 대신 TV토론회 등을 통해 지지를 호소한다는 생각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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