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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편하게 하는 정치/이순원 소설가(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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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편하게 하는 정치/이순원 소설가(1000자 춘추)

입력
1997.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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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차례 신문을 통해서도, 또 텔레비전을 통해서도 이른바 「대권후보」라는 사람들의 정견 비슷한 것을 들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그들의 교육정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사실 자식을 둔 이 나라의 어른 중에 누가 「교육」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으며 「교육문제」와 「교육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더구나 교육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 정서라는 게 다른 건 다 참아도 내 자식이 남의 자식에게 뒤지는 것만은 참을 수가 없다는 것이고, 그래서 교육문제 하면 으레 나오는 것이 바로 과외 얘기가 아니던가.그런데 과외문제에 대한 그들의 대답이 어쩌면 그렇게 천편일률적인지 마치 똑 같은 각본을 들고 연습하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키게 한다. 공교육의 질을 높여 과외라든가 그밖의 사교육이 담당하고 있는 부분을 공교육 안으로 끌어들이고, 고액 불법과외를 막고, 학교의 시설을 어떻게 하고,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어떻게 하고, 또 그들의 자질을 높이고….

한 마디로 표를 가진 부모들 마음에만 들 이야기를 하지 정작 교육의 주체인 학생의 마음에 들 이야기는 어느 후보도 하지 않는다. 공부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좀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이런 얘기를 하면 표라도 깎이는 것인지 하나같이 그들의 대답은 학생들 공부는 지금처럼 엄청시키되 그걸로 여러분 가계에 그늘이 지게 하는 교육비 부담은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겠다는 식이다. 그리고 그걸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부모들 역시 과외비 걱정이나 하지 그 과외로 몸도 마음도 구겨지고 있는 아이들 걱정은 하지 않는 듯하다.

몇만원짜리의 소액 과외에도 큰 부담을 느끼는 가정도 있고, 한 달에 몇백만원 들어간다는 고액 과외조차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것이 우리 아이 모두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우리 아이들은 공부에 너무 짓눌려 있다. 맘껏 뛰놀 시간도 없고, 깊이 생각할 시간도 없으며, 청소년기에 책 한권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들의 시간을 돌려주어야겠다고 말하는 후보를 나는 「우리나라」에서 보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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