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군사대국 가는 길’ 구체화/유사시 미군 무기 수송/군사작전·협력도 가능/자위대법개정 명분 축적96년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신안보공동선언에 따라 본격화한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의 대체적 윤곽이 6일 중간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중간보고서는 이번 작업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중국 등을 의식, 주변국 최대의 관심사인 방위협력의 지리적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는 등 곳곳에 절제한 흔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사작전을 가능케하는 협력방안 대부분을 포함하는 한편, 협력의 지리적범위도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다.
보고서는 일본 주변유사시 대응에서 일본은 미군에 ▲물자의 보급·수송과 정보제공 ▲기뢰제거 ▲경제제재를 위한 선박검사 등 해상통제 등의 협력을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일본은 ▲미·일양국 비전투원의 안전지역으로의 수송작업과 주변해역에서의 수색·구원활동 등을 수행토록했다. 보급물자중 논쟁이 돼온 무기·탄약 부문은 일본이 수송은 하되 보급은 않는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공해상에서의 선박검사 수행 등 실질적 군사작전 및 협조를 가능케하고 있어 「무력을 보유할 수는 있지만 행사할 수 없다」고 해석되고 있는 「집단적자위권」의 위배여부와 관련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군에의 정보제공도 명백한 군사활동으로 당초 포함될 수 없으리라고 예상된 항목이다.
주요 관심사였던 유사시 미군에 대한 후방지원의 활동범위는 「일본영역과 일본 주변 비전투지역의 공해와 그 상공」으로 제한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문구중 주변지역을 어디까지로 규정할지는 밝히지 않고있다. 이에 대해 중국 등은 해상수송로로서 일본의 이익과 첨예하게 연계되는 말라카해협 및 걸프만 등지로 협력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보고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자위대 및 미군 활동의 실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상호 협력 조정한다는 조문을 명기, 자위대법 개정을 포함해 일본정부가 향후 「유사법제」정비에 착수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하고 있다. 한마디로 유사시 일본의 군사활동 가능성을 최대한 열어두면서, 이를 뒷받침할 제반 법개정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일 양국은 중간보고서를 토대로 협의를 계속해 오는 가을께 최종개정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일본 내 이견 및 주변국과의 시각차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 지가 관심이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일 열도 개헌빗장 열리나/‘무력포기’ 조항개정 목소리 확산/정치권선 ‘헌법조사연맹’도 결성
미·일간의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작업의 중간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일본에서 개헌논의가 활발히 개진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될 가이드라인은 헌법해석과 민감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의 개헌논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군정이 끝날 무렵인 52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치열하게 반복되고 있다. 불씨는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한 국제분쟁해결수단으로서의 무력을 영구히 포기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육해공군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헌법 제9조.
최근 일본 국민은 이 평화헌법 제9조를 한자도 고치지 않고서도 「군대」인 자위대가 존재하고, 전쟁터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현실을 이상하게 보고있다. 전후 50년 동안 유지돼 온 낡은 국가의 틀을 통째로 바꾸기위해 추진되고 있는 소위 「일본개혁」의 열풍이 이같은 변화의 배경이 될 수도 있다. 이들의 정서는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호헌운동의 선봉인 아사히(조일)신문의 조사에서도 개헌대 호헌의 비율은 46대 39%라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같은 분위기에 고무돼 정치권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 초당파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헌법조사위원회 설치추진 의원연맹」이 최근 창설됐다. 이들은 중·참의원에 헌법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상임위원회의 설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회원수가 국회 의결 정족수의 과반수를 넘어섰다.
경제계와 학계, 종교계 인사를 중심으로 한 개헌추진 단체인 「일본회의」도 지난달 만들어졌다.
뿌리깊은 불신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이웃 국가들은 일본의 이러한 분위기를 비판만 하기 보다는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히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의를 왜곡해 패권주의적 개헌을 꿈꾸는 일본 정치가들의 농간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도쿄=김철훈 특파원>도쿄=김철훈>
◎미 입장/‘방위분담’ 일 역할증대 기대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문제에 관한한 미국은 『일본 국민이 결정할 일』이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헌법문제에 관해 미국이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아무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해도 분명히 내정간섭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이 내심으로까지 일본에 「군사적 자유」를 허용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50여년간 그 성격이 많이 변화하기는 했지만 미·일 안보동맹의 존재가 현행헌법의 유지를 담보하는 기본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역안보에 관해 보다 많은 일본의 역할분담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냉전의 종식과 함께 소련이라는 가상적국이 없어진 마당에 지역안보의 최대 관심사가 한반도가 된 상황에서 일본의 방위분담을 요구하기위해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의 개념을 말하고 있다. 즉 일본이 직접 침략을 당하지는 않더라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일본도 지역안보의 역할을 분담해야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미국이 노리는 바는 평화헌법의 테두리안에서 최대한 일본의 방위분담을 늘리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중 입장/“군국주의 부활” 우려 고조
중국과 일본 관계는 정치·안보적인 측면과 경제적인 측면이 상이한 양상을 보이면서 발전해 왔다. 양국간 경제교류는 상호보완성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확대를 보인 반면 정치·안보면에서는 잠재적인 경쟁관계 속에서 단기적인 편의주의에 입각한 협력관계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미국과 일본의 신안보동맹, 조어도(일본명 센카쿠제도) 및 전쟁 배상문제 등을 둘러싸고 경쟁·갈등관계가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정치나 군사 대국화는 결국 아·태지역내에서의 중국의 역할과 경쟁관계를 형성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미국―대만―일본으로 이어지는 트라이앵글의 공고화는 지역안전차원 우려를 넘어 당장 중국 통일과 연계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의 군사대국화에 대한 우려는 상식을 초월할 정도로 부정적이다. 최근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도 『일본이 군사대국의 옛길로 가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며 『아시아 각국은 과거의 침통한 역사에 대한 교훈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중·일관계는 더욱 경쟁이 노골화하는 양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특별기고/윤덕민 외교안보연 교수/미·일방위지침과 한반도
동아시아는 지금 질서의 대변혁기에 처해 있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대선후보 선출과 대선자금 문제 등 국내 정치 상황에 쏠려 있는 사이에도 우리의 국익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미·일 동맹의 재정의와 그에 따른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 문제이다. 미·일 양국은 지난해 4월 정상간의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계기로 냉전이후의 시대 상황을 반영한 새로운 동맹관계를 모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대목이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공동작전계획인 방위협력지침 개정작업이다. 이를 통해 과거 한반도 유사시 미국에 대한 기지제공에 머무르던 일본의 역할이 기지제공은 물론 출동하는 미군에 대한 병참지원까지도 가능하도록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쟁점은 병참지원이라는 표현이 한반도 유사시 일본자위대가 직접 개입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국전 당시 주일미군의 덕택으로 부산 교두보가 가능했던 경험에 비춰 유사시에 대비한 미·일 방위협력 강화 움직임은 긍정적 측면도 있다. 특히 파국을 향해가는 북한사태에 처하여 어느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안보와 직결된 이 민감한 사항에 대해 우리 모두가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이미 개정작업은 상당부분 진척되어 자위대 수송기가 직접 일본인 및 난민을 소개하고 기뢰제거를 위해 자위대의 소해정이 파견되는 등 구체적 합의가 이뤄져있다.
지금이라도 직접 당사자로서 미·일 방위협력개정작업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즉 분명한 우리의 입장을 가지고 한반도 유사시 미·일 방위협력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야 하며, 특히 일본의 역할과 관련해 일종의 상한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일본의 역할을 반드시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에 일정한 역할을 요구할 수도 있어야 한다. 통일과정에 있어서 일본의 역할, 특히 재정적 지원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매우 긴요하다.
나아가 북한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지역내 역할이 확대된 일본과 어떠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가도 미리 생각해야 할 점이다. 혹자는 국방력 강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보다 국민총생산(GNP) 규모가 10배이상인 국가를 상대로 국방력에만 의존하기에는 역부족인 감이 든다. 결국 증대되는 일본의 힘이 우리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차원의 다자간 안보협력에서 일본의 역할을 소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일간의 직접적인 안보협력을 통해 상호신뢰를 증진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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