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한번 안받고 장애아 등 찾아 봉사/촌지 대신 7년째 명예교사 활동자녀들의 과외비를 마련하기위해 파출부로 나서는 가정주부들이 늘고있다. 연간 과외비로 지출되는 돈은 무려 4조원을 넘어섰다. 엄청난 사교육비가 나라경제를 들어먹는다는 과외망국론이 무성하다. 공부 잘해야 자라서 행세한다는 논리의 우등생병에 몸살을 앓고있는 한국. 그러나 「공부만 잘하는 독불장군보다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는 소박한 진리를 몸으로 실천하는 가족도 있다.
서정희(44·서울 송파구 가락1차 현대아파트)씨 댁은 아이들에게 과외를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공부보다 봉사활동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연경(15·송파중3), 형기(13·송파중1) 남매는 코흘리개 어린시절부터 서씨와 남편 이병문(44·뉴삼익건설 현장소장)씨 등에 업혀 장애아들이 생활하는 「은혜의 집」, 맹인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루디아의 집」 등을 찾아서 봉사활동을 배웠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이 부부에게 삶은 「외롭고 힘든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은 서너살때부터 이미 「남을 먼저 생각해라」 「양보하며 살아라」는 소리를 마음에 새기며 의젓하게 자랐다. 학부모들의 최대고민이라는 촌지문제도 서씨 가족에게는 먼나라 얘기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촌지를 건네본 적이 없다. 대신 새학년이 되면 담임에게 아이를 소개하는 편지를 보냈다. 물론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형기가 초등학교때 과학경진대회에서 상을 탔다고 노골적으로 『한턱 내라』고 전화를 해온 담임도 있었다.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형기는 학년 내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으며 온몸에 멍이 든채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아이가 애처로웠지만 「내 아이만은 특별히 봐주세요」라는 의미의 촌지를 보낼수는 없었다. 아이는 지금도 그 담임교사이름을 들으면 깜짝깜짝 놀래곤하지만 요즘은 가끔 그를 위해 기도를 함께 할 만큼 성숙했다.
촌지나 과외교육을 시키지않는 대신 서씨는 아이들을 좀더 이해하고 선생님들의 고충도 파악하기위해 벌써 7년째 명예교사를 자청해 활동해왔다.
물론 서씨에게도 다른 엄마들처럼 반에서 10등 안팎인 아이들이 조금 더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 그러나 서씨는 토요일만은 아이들이 공부를 하지않고 좋아하는 악기를 만지면서 혹은 소설책을 보면서 자기 삶을 충만하게 가꾸어 나가기를 더 바란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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