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불 ‘보수’ 전통 깨고 의원·각료 대폭 늘어북유럽 정치무대의 「우먼파워」바람이 남서쪽으로 강하게 불고 있다.
「세계의 절반은 여성」임을 철저히 실현해 온 북유럽과는 달리, 여성문제 만큼은 보수 전통이 강한 서유럽에 「여성정치시대」가 활짝 열렸다. 영국이 지난달 총선에서 여성의원 120명, 각료 5명을 탄생시킨 데 이어 2일 끝난 프랑스 총선에서도 여성 63명 당선, 8명 입각이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영국은 여성의원수가 2배로 뛰었다. 프랑스의 여성의원 비율은 11%로 스페인의 30%, 영국의 18% 등 이웃나라에 크게 뒤지지만, 58년 제5공화국 출범이래 처음으로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각료도 숫자만 증가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경우 오랜 골칫거리인 북아일랜드 문제 담당장관(모 모램)을 비롯, 통상산업장관(마거릿 베케트) 복지장관(해리엇 하먼) 등 요직에 진출했다. 프랑스도 내각 서열 2위의 노동·사회장관(마르틴 오브리)과 정부의 대변인 역할을 겸하는 문화장관(카트린 트로트만) 법무장관(엘리자베스 기구) 등을 차지, 결코 들러리가 아님을 과시했다.
물론 이같은 결과도 북유럽에 비하면 아직 보잘 것 없는 수준. 금세기초 가장 앞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부여했던 북유럽은 일찌감치 여성할당제를 도입, 아이슬란드는 현재 의회의 50%,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40%가 여성이다. 각료도 스웨덴은 절반인 11명, 노르웨이는 8명에 달한다. 특히 노르웨이는 모든 공공조직에서 여성의 비율을 최저 40% 보장하는 관행이 확립돼 있다. 영국과 프랑스의 최초의 여성총리인 마거릿 대처나 에디트 크레송이 남성참모진에 둘러싸여 일했던 반면, 노르웨이의 「여걸」 할렘 브룬트란트 전 총리는 집권 16년간 늘상 7, 8명의 여성각료를 거느려 좋은 대비를 이룬다.
영국과 프랑스의 여성 대약진도 당 차원이기는 하지만 이같은 할당제를 도입한 결과다. 모처럼의 변화가 정권교체를 노린 일회용 전술로 끝날 지, 북유럽처럼 제도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이희정 기자>이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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