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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상자’ 뚜껑 열렸다/현철씨 대선잉여금 관리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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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상자’ 뚜껑 열렸다/현철씨 대선잉여금 관리 파장

입력
1997.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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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금’ 존재 입증대신 총규모 등 불문… 남은 70억 국가 헌납/베일속 실체 처음 드러나… 여론 향배따라 재폭발 가능성김현철씨 사건의 「판도라 상자」였던 대선자금의 뚜껑이 열렸다.

검찰은 이날 현철씨가 14대 대통령선거 당시 김영삼 후보의 사조직인 나라사랑실천운동본부(나사본)에서 쓰고 남은 대선자금 120억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이중 70억원을 아직까지 소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베일속에 가려졌던 김대통령의 대선자금이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이 자금의 조성경위는 규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은행에 보관중인 마이크로필름과 자금전표 등이 훼손돼 물리적으로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현철씨가 이미 소비했다고 주장한 70억원의 출처에 대해서도 별다른 해명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대선자금 잔여금」존재를 입증한 대신 대선자금의 총규모와 잔금의 사용처는 불문에 부쳐 「여론과의 타협」을 택하는 모양새가 됐다.

검찰은 현철씨의 측근인 심우 박태중씨가 93년 초 본인과 가족명의의 계좌에 출금된 132억원의 꼬리를 잡으면서 대선자금 잔여금의 윤곽을 잡았다. 이 자금이 돈세탁과정을 거쳐 김현철씨에게 흘러갔다. 현철씨는 이 자금을 쪼개 93년 10월 50억원을 측근인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에게, 94년 5월과 95년 2월 각 50억원과 20억원을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에게 맡겼다. 검찰은 자금중 김기섭씨가 받은 70억원은 시기적으로 당선축하금이나 이권개입의 대가로 받은 자금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철씨 등이 출처를 대지못해 일단 나사본자금으로 추정하고 있다는 것.

결국 현철씨가 기업인들에게 활동비와 뇌물등으로 받은 66억원을 포함하면 현철씨의 총비자금 규모는 186억원인 셈이다.

검찰이 벽에 부딪친 것은 비자금의 사용처다. 현철씨의 비자금중 김기섭씨에게 맡긴 70억원은 한솔제지 조동만 부사장을 통해 CM기업에 아직까지 보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철씨는 이성호씨에게 맡긴 대선잔금 50억원과 기업체에서 받아 돈세탁시킨 25억원 등 75억원을 측근인 성균관대 김원용 교수에게 주어 4·11총선 등에서 여론조사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나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 현철씨는 기업체에서 받은 자금 66억원도 『활동비로 모두 썼다』고 주장할 뿐 비자금장부의 구체적 내역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 4·11총선과 6·27지방선거 당시 정치인 지원내역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는 것.

『자료 멸실 등으로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검찰의 발표는 『자료가 없다』는 김대통령의 해명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검찰은 대선자금의 실체와 잉여자금 사용처 문제를 다음 기회로 밀어 두기를 택한 듯한 인상이지만 이 문제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정치적 격랑을 일으키며 검찰의 결단을 촉구하는 쪽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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