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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무서워 한다… 내 상황이 싫다”/시위 학생들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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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무서워 한다… 내 상황이 싫다”/시위 학생들 일기

입력
1997.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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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심경 생생”/“두렵지만 새내기에 티낼 수 없어”같은 또래 젊은이 2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한총련의 과격투쟁노선은 시위참가 학생들까지도 두려움과 불안으로 숨막히게 만들었다. 「반미 자주화의 전사가 되라」는 지도부의 강경일변도 투쟁지침 앞에 일반 학생들은 한마디 항의도 못한 채 내몰리듯 시위현장에 나서야 했다. 4일밤 시위학생들이 황급히 빠져나간 뒤 한양대 인문관 농성현장에서 발견된 학생들의 일기와 메모지에는 불안감과 복잡한 심경 등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광주 모대학 여대생은 「투쟁일지」형식의 메모에서 「모두들 무서워하고 있다. 잡힐까봐. 아무 일 없을거다. 내 상황이 싫어진다…」라고 두려움과 초조감을 드러냈다. 이 학생은 유지웅 상경의 사망사건에 대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 역시 우리 친구인데. 다시는 우리를 적으로 생각하며 죽어가는 친구가 없기를…」이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다른 여학생 필체의 한 메모에는 「너무너무 집에 가고 싶어요. 잠도 푹자고 싶고… 연대 때(지난해 연세대 한총련 시위·농성사태)처럼 될까봐 너무나 두려운데 새내기(1학년)들의 모습을 보면 그런 티를 낼 수도 없고 새내기들이 물어보면 아닌 척하기도 힘들고…」라며 시위가담이후 힘들고 괴로운 심경이 적혀 있었다. 대전 모대학 2학년 학생은 선배에게 보낸 편지에서 「7일짼데 갈 생각을 안하네요. 집에 가고싶고 밥도 많이 먹고 싶고…. 난 아직 운동가의 자질이 없나봐요」라고 심리적 갈등을 적었다.

그러나 한총련지도부는 동료학우들의 이같은 심경에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 유상경이 사망한 이튿날 지도부는 학생들의 전열이 흐트러질 것을 우려, 「한총련 애국전사」에게 보내는 형식의 지침서를 통해 『우리의 영웅적 투쟁과 열사의 피, 민중의 분노로 객관적 정세는 좋아지고 민중의 마음도 모이고 있다』고 상황을 철저하게 호도한 뒤 『한총련 전사답게 생활하고 투쟁하며 승리의 그 날까지 진군의 깃발을 올리며 나가자』고 줄기차게 선동해 댔다.<최윤필·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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