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한 2명 영장·1명 추적/“서총련 간부 지휘로 이씨 추궁”한총련소속 학생들이 5일 경찰이 현장보존을 요구한 이석(23)씨 사망현장을 모두 치워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검결과 이씨의 신체 표면 절반가량에서 피하출혈 흔적이 발견돼 학생들에게 무수히 맞아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상해치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한양대 학생회관에 남아있던 한총련소속 학생 20여명은 내부토론을 거쳐 5일 상오 10시부터 사건현장인 5층에서 쇠파이프 유인물 등 시위용품과 함께 이씨 폭행에 사용한 증거물인 각목과 끈 등까지도 모두 폐기했다. 이에따라 경찰수사는 한총련측이 내세우는 학생들의 일방적 진술과 주장에 대부분을 의존할 수 밖에 없게 돼 진상규명에 차질이 우려된다.
경찰은 이날 하오 7시께 이씨를 폭행한 권순욱(24·건국대 농화학4) 이호준(건국대 부동산학3)씨 등 2명이 동부경찰서로 자진 출두, 폭행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상해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권씨 등과 함께 폭행에 가담한 학생 1명의 신원을 추가확인, 검거에 나섰다. 또 이들이 숨진 이씨의 프락치 여부를 조사하는 동안 학생 2명이 교지자료실에 드나든 사실도 밝혀내고 신원을 추궁하는 한편 서총련 간부학생이 이씨에 대한 조사과정전체를 지휘했다는 정보에 따라 확인작업 중이다.
권씨 등은 경찰조사에서 『이씨가 자신이 프락치라는 자술서를 쓴 뒤에도 내용을 번복하고 횡설수설하는데 격분, 시위때 빼앗은 경찰 진압봉과 각목으로 팔과 다리를 때렸다』며 폭행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은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이씨 머리는 때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씨가 20∼30차례 머리를 바닥에 찧는 등 자해를 해 수건으로 머리를 감싸줬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이씨 시신을 병원으로 옮긴 신대균(23·한양대 산업공4)씨와 학생회관에서 이씨를 처음 발견한 길모(24·여·한양대 교육졸)씨, 한양대 학보사 기자 오모(21·한양대 중문2)씨, 연세대 학보사 기자 김모씨 등 자진출두한 4명을 상대로 폭행 가담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 권씨 등과 대질신문을 벌였다.
경찰은 그러나 이들이 사전에 입을 맞춘 흔적이 보이는 등 진술에 신뢰성이 떨어지고 숨진 이씨 몸의 상처가 이들이 주장한 폭행정황보다 훨씬 처참한 점 등을 들어 자체 조사를 통한 목격자, 용의자 신원확보에 주력키로 했다. 이에 앞서 4일 밤 이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한 국과수 법의학부장 강신몽 박사는 『이씨는 몸에 가해진 수많은 가격으로 내부 조직에서 다량의 피를 흘려 혈액부족으로 숨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씨는 각목이나 손 발 등으로 무차별하게 두들겨 맞아 신체 표면중 40%에서 피하출혈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김동국·김정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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