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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혼란 틈타 담넘어 탈출/이석씨 사망·한양대 주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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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혼란 틈타 담넘어 탈출/이석씨 사망·한양대 주변 표정

입력
199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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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어머니 “이 무슨 날벼락…” 오열하다 실신일주일쩨 농성과 시위를 계속하며 한양대에 머물러온 한총련소속 대학생들은 이석씨의 사망이후 속속 집회현장을 이탈하는 등 크게 당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양대에서 농성중인 한총련소속 대학생 7백여명은 이날 하오 11시께 성동경찰서소속 형사들이 한총련간부들과 만나기위해 학생회관을 찾는 와중에 경비가 허술한 남쪽편 공사장의 담벼락을 넘어 전원 달아났다. 이날 달아난 학생들은 대부분 한총련간부 및 비한양대 학생들로 학내에 남은 3백여명의 한양대 재학생들이 공사장담벼락에서 2백여m 떨어진 곳에서 쓰레기를 모아 불을 지르는 등 경찰의 관심을 끄는 틈을 타 달아나는 수법을 썼다. 남쪽편 담벼락을 넘어간 학생들은 살곶이 다리를 이용, 중랑천을 건너 동부간선도로에 진입, 차량통행을 막은뒤 상계동방향으로 달아났다. 이때문에 동부간선도로를 지나던 차량이 막혀 자정이 넘도록 극심한 교통체증이 일어났다.

경찰은 이날 대학주변에 58개 중대 7천여명의 병력을 배치, 시위학생들의 교외도피를 막았으나 학생들의 양동작전에 허를 찔려 7백여명이 달아나는 것을 전혀 막지못했다. ○…하오 8시40분께 급거 상경한 이씨의 아버지 이병욱씨와 어머니 정옥애씨는 한양대병원을 거쳐 곧바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향했다.

정씨는 아들의 시신을 끌어안고 『석이는 절대 프락치같은 짓을 할 아이가 아니다』라며 『매일 전화하다 이틀전부터 연락이 없어 걱정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오열하다 끝내 실신했다. 이씨는 『내성적이고 겁많은 아이가 데모하는 곳에 갔을리 없다』며 아들의 죽음을 믿지않다 시신을 확인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들 부모는 『차마 아들 몸에 칼대는 것을 도저히 볼 수 없다』며 부검현장에는 입회하지 않았다.

○…한총련지도부는 이날 장시간 대책회의를 계속하며 두차례나 입장발표를 연기한 끝에 이씨 사망확인 8시간이 가까운 하오 4시50분께야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총련 조국통일위 의장 이준구(27·건국대 총학생회장)씨는 『한총련은 이씨의 죽음에 대한 모든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간단하게 폭행경위를 밝혔으나 구체적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총련은 기자회견에서 이씨가 경찰의 프락치임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A4용지 4매분량의 자필진술서를 공개했다. 자술서에는 이씨가 프락치로 함께 활동했다고 밝힌 동료들의 이름과 역할, 직장, 전화번호, 주소와 경찰이름이 적혀 있었으나 확인결과 모두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밝혀졌다.

이씨의 직업훈련원동기생인 이민규(25)씨는 기자들로부터 이 진술서를 받아보고는 『여기 적힌 사람들은 대부분 직업훈련원동기생들』이라고 확인했다.<김정곤·유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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