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부총리·이 한은총재·김 수석·박 금개위장 난상토론/금융감독권 등 이견 팽팽… 시간까지 촉박 “난산 가능성”강경식 재정경제원장관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 박성용 금융개혁위원회 위원장이 한은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 4일 저녁 긴급 「4자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이 모임에서 금개위안을 바탕으로 금융개혁법안을 마련,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는 것 등 「원론」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쟁점사항에 대해서는 재경원과 한은 금개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심야 장기간 난상토론에도 불구하고 합의도출에 실패했다. 이에따라 금융개혁법안은 6월 임시국회까지의 시간적인 제약과 관련기관간 이견이라는 두가지 걸림돌에 부딪혀 난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는 『서로의 기존 입장만 확인했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금명간 다시 만나 논의키로 했다』고 밝혀 이날 모임에서 의견절충에 실패했음을 분명히했다.
강부총리는 이날 ▲한국은행과 금융감독기능의 완전분리 ▲정부와 한국은행간의 「연결고리」 마련 ▲금통위 위원장에 대한 책임추궁방안 등 금개위안과 다른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대해 이총재와 박위원장은 『통화 신용정책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융기관 감독권을 보유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에게 보고한 금개위안을 재경원이 최대한 수용할 것을 주장, 팽팽한 의견대립을 보였다.
강부총리는 그러나 신설될 통합 금융감독기구를 총리실아래 둘 것이냐, 재경원 산하로 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보였다. 김수석은 관련기관들의 의견을 빠른 시일내에 수렴해 최선의 금융개혁법안을 확정,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뜻을 재차 전달하며 조기합의를 당부했다.
금융개혁위원회의 중앙은행 및 감독체계 개편안이 발표되고 재정경제원이 본격적 법률개정작업에 들어갔으나 실제 제도개편까지는 넘어야 할 「산」들이 워낙 많아 성사여부는 극히 불투명해 보인다. 김영삼 대통령의 「임시국회중 법안처리」 지시에도 불구, 현 정치상황과 관련기관들의 태도, 과거 한은법파동 때의 경험 등에 비춰보면 임시국회는 물론 연내 입법화 확률조차 「가능」보다는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감독체계 개편문제는 최대 쟁점사항인 ▲재경원차관의 금통위원 당연직보장 ▲한은 감독권 배제를 놓고 재경원과 한은이 「일수불퇴」의 태도를 고수, 기관간 대결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 금융계인사는 『민주화 물결(87∼88년)속에서도, 또 대통령 결제가 난 상황(95년)에서도 한은법 개정은 성사되지 못했다』며 『양 기관중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결코 풀 수 없는게 바로 한은법 문제』라고 말했다.
1차 한은법파동은 6·29선언 직후인 87년 7월 시작돼 공전을 거듭하며 무려 1년반을 끌었다. 한국은행측의 100만명 서명운동속에 야 3당간 한은법개정 합의안→수정합의안→야당별 독자안→재무부독자안→한은측 거부 등 끝없는 논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국회에서 「장기과제」로 넘어갔다. 95년 2월 재경원이 통합감독원 설립을 골자로 한 법률안을 만들면서 시작된 2차파동 역시 법개정에 대해 대통령결제까지 받은 상태였지만 6·27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한은과 야당 시민단체의 거센 반대가 계속되면서 여권내에서 「유보론」이 강력 대두, 결국 자동폐기되고 말았다.<김경철·이성철 기자>김경철·이성철>
◎바뀐 단어 하나가…/금융감독권 관련 ‘검사’ 대신 ‘확인’ 표현/“권한 모호” 한은 반발… 입법과정 ‘새 불씨’
금융개혁위원회가 3일 발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들어있는 모호한 표현의 「단어」하나가 향후 입법화과정에서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금개위안에는 한국은행의 일부 금융감독권 보장에 대해 「…은행의 일부 건전경영지도·규제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보유」라고 되어있다. 문제는 이 「확인」이란 표현이다.
지난달 19일 작성된 금개위 내부초안에는 「확인」대신 「검사」란 어구가 사용됐었다는 것이 한은측 주장이다.
「검사」가 「확인」으로 바뀐데 대해 금개위측은 사실상 같은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측은 『검사와 확인은 엄청난 뉘앙스차이를 갖고 있으며 유권해석에 따라 중앙은행 검사권을 사실상 박탈할수도 있는 표현』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검사」라면 보고서 심사외에 임점검사까지 포함하지만 「확인」이라면 그저 서류나 받고 자료나 요청하는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금개위안대로 입법화하더라도 법을 만드는 정부가 「확인」을 서류심사·요청권정도로 축소해석한다면 한은은 검사권을 상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확인」이란 표현말고도 초안에 있던 「검사」문구는 이날 보고된 최종안에선 모두 사라져있다. 「금융감독위와 한은은 검사주기·내용을 조정하고 검사결과자료를 상호제공한다」는 초안상의 구절도 최종안에선 「건전성규제관련 내용을 조정하고 관련정보를 상호제공한다」로 바뀌어있다.
한은은 「검사」가 「확인」으로 바뀐데 대해 재경원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면서 『자료검토 정도의 검사권이라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태세다. 모호한 단어 하나가 앞으로 입법화과정에서 재경원과 한은간에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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