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시민 죽인 한총련 폭력(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시민 죽인 한총련 폭력(사설)

입력
1997.06.05 00:00
0 0

한총련에 의해 또 한 사람의 시민이 희생됐다. 이틀 전 폭력시위의 와중에서 진압전경이 숨지는 불상사가 났는데도 아무런 반성없이 폭력시위를 일삼던 한총련이 끝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시위에 참여한 근로자 이석씨를 경찰프락치로 오인, 밤새워 감금하고 폭행해 숨지게 한 사건은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일반 범죄단체와 무엇이 다른가. 더구나 한총련은 응급조치도 서두르지 않아 소생의 기회를 놓치고 이씨가 숨진 것이 확실하자 팽개치듯 시신을 병원에 넘기고 달아나는 반인륜적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운동권대학생들의 학원프락치 오인폭행사건은 그동안 여러 차례 발생했었다. 이미 84년 서울대, 89년 연세대, 94년 고려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고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학생들에게 폭행당한 2명은 숨지고 말았다. 이런 전과가 있는데도 한총련은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빼앗는 폭거를 다시 저지르고 말았다. 한총련은 지난달 28일과 1일 한양대 교내에서 시위구경을 하던 10대 소년 등 2명을 염탐한다는 이유로 끌고 가 쇠파이프 등으로 마구 때린뒤 풀어준 사실도 드러났다. 폭행의 정도가 덜했을 뿐이었지 이들도 자칫하면 희생당할 뻔한 것이 아닌가.

학생운동권이 아니라 폭력집단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한총련은 이번 사건으로 살인집단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그동안 맹신하던 폭력투쟁을 통해 한총련은 스스로 묘혈을 판 셈이 돼버렸다. 유지웅 상경의 사망과 이씨 폭행치사사건으로 존립기반이 크게 약해진 한총련이 어떠한 새로운 투쟁노선을 택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런 폭력의 연속으로는 한총련의 몰락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폭행치사사건은 한총련의 자살과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이제 학생운동권 내부에서도 새로운 반성이 대두돼야 할 시점이다. 한총련내 소수파로 노학연대투쟁을 우선시해 온 PD(민중민주)계열과 새로운 학생운동을 표방하는 21세기 진보학생연합, 공동체 전국학생연대 등의 강한 내부비판이 예상된다고도 한다. 게다가 한총련을 탈퇴한 28개대 총학생회가 대체세력으로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총학생회모임」을 결성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학생운동의 새로운 방향과 자세를 정립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과 경찰은 폭행치사 관련자와 폭력시위의 핵심주동자들을 남김없이 검거,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 다시는 폭력시위와 이씨 폭행치사같은 불상사가 없도록 공권력은 이번에야말로 단호하고 엄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전체 대학생으로 볼 때 한 줌밖에 안되는 소수의 극렬학생들이 학생운동이라는 미명하에 선량한 시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일이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한총련은 스스로 해체를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