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복지우선주의 우정부개입 축소/합의 이루지 못할땐 파행·표류 불가피프랑스의 좌우 동거내각(코아비타시옹)에 던져진 말은 「변화」이다.
이번 총선은 서로 다른 변화를 지향하는 두 세력간의 대결이었다. 우파연합은 세계화와 자유주의 시장경제로 향한 변화를, 사회당이 이끈 좌파연합은 프랑스적 사회주의를 되찾기 위한 변화를 각각 대표했다.
선거전 우파연합 정부는 프랑스의 재도약을 위해 미국식 자본주의의 본격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하에 정부의 개입을 축소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정책들을 추구했다. 공기업의 민영화, 가속화, 사회복지정책의 재정비, 비대한 정부기구의 간소화 등이 추진됐고 실업대책도 민간경제를 활성화하는 자유주의 접근방식을 모색했다. 유럽화폐통합을 위해서도 긴요한 이런 정책들은 프랑스의 전통적 사회주의 관점에서 보면 획기적인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조기총선의 도박을 한 것도 이같은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데 국민의 신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거로의 회귀를 외쳤다. 우파정부가 추진해온 공기업의 민영화를 중단하고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감시를 강화하며 유럽화폐통합의 가입기준을 지키기 위해 사회복지를 희생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상최악인 실업문제에 있어서도 정부가 보다 개입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잃어버린 가치를 부활시키기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국민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많은 프랑스 국민들은 사회당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이 두 개의 변화중 과거를 지향하는 변화(사회당)를 선택했다. 세계화와 자유시장경제도 좋지만 우선 당장 복지혜택이 중요하고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젊은 계층도 역대선거와 다름없이 사회당에 전폭적인 지지표를 던졌다. 사회당은 80년대 미테랑정권 당시와 큰 차이없는 이념과 노선을 가지고 선거에 승리했다.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이 혁명적인 자기혁파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반면 시라크 대통령의 우파는 정부의 비간섭적 자유주의정책을 역대 우파정권때와는 질적으로 다르게 적극 주창하고 있다.
이점에서 새로 출범하는 프랑스의 동거내각은 우선 좌·우파간의 변화에 대한 인식의 컨센서스부터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이 기대하는 변화도 지구촌의 시대조류가 요구하는 변화에도 대응하지 못한채 표류와 파행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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