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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벼랑끝으로/「폭행치사」 충격… 존폐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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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총련 벼랑끝으로/「폭행치사」 충격… 존폐 갈림길

입력
199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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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노선 대중­도덕성 모두 상실/여론 최악에 지도부도 갈팡질팡93년 전대협의 뒤를 이어 학생운동의 적통을 자부해 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이 벼랑끝에 섰다. 지난 2일 유지웅 상경의 사망에 이어 4일 한양대 학생회관에서 빚어진 이석씨 폭행치사사건으로 한총련 지도부는 내부입장마저 정리하지 못한채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한총련은 이미 지난해 8월 연세대사태와 하반기 총학생회 선거를 거치면서 내부적으로 지도노선에 대한 반발 등 심각한 조직분열 양상을 보여왔다. 이같은 양상은 최근들어 전국 28개 비운동권대학 총학생회가 새로운 대체조직인 「전총협」을 결성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출범식에도 상당수 대학이 참가를 거부하거나 마지못해 참여, 한총련의 권위에 흠집을 냈다.

위기상황을 인식한 한총련은 이번 한양대 출범식을 국면만회의 계기로 삼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세과시를 통해 조직의 권위와 지도력을 검증받으려 했던 것. 경찰의 원천봉쇄에 따른 장소 변경문제를 둘러싸고 격렬한 논쟁끝에 「출범식 장소를 옮긴 전례가 없다」는 명분론을 택한 것도 이같은 「권위지키기」의 몸부림과 맥락이 닿아있다. 결국 이번 불상사는 한양대를 고집한 지도부의 결정으로 경찰과의 대치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극도의 피로에 지친 학생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빚어졌다는 분석이다.

운동권 일각에서는 84년 서울대 프락치사건을 들어 일부 지도부와 폭행연루학생들만 구속되는 선에서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리라는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는 5공의 경직된 정치상황에 따른 사회분위기가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우호적이었다. 그에 비해 이번은 판이한 상황이다. 한총련의 운동노선이 대중적인 공감을 이미 상실한데다 연일 도심폭력시위로 여론이 악화할대로 악화한 상태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총련에 대한 내·외적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우선 이념적으로 남총련 등을 중심으로 과격노선을 표방해 온 NL(민족해방)자주계열의 퇴조가 가속화하고 반면 NL 온건진영인 사람사랑계열과 PD(민중민주)진영 등이 약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움직임은 오는 8월15일 범민족대회를 전후해 총학생회의 대량 이탈로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극단적으로는 한총련의 자체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관련. 한총련의 한 간부는 이날 『한총련 지도노선의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89년 동의대사태 이후 당시 전대협이 표방했던 「비폭력노선론」을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기존 운동노선과 투쟁방식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한 어떤 형태의 대증적 조치도 스러져가는 한총련의 퇴조국면을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최윤필 기자>

▷폭력행사 사수대◁

이석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한총련 사수대는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집회 때마다 쇠파이프와 화염병 등으로 무장, 경찰 타격과 무장해제를 담당하는 전투행동대이다.

사수대는 집회가 없을 때는 의장단 보호와 출입문 봉쇄, 학내순찰 등의 역할을 맡는다. 집회가 열릴 경우 한총련은 산하 각 지역총련에서 「투쟁력있는」행동대원 50∼3백명을 선발, 사수대를 조직해 폭력 시위를 주도케 하고 있다.

사수대는 평소 각 대학 뒷산 등지에서 쇠파이프 휘두르기 등 훈련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에는 오월대(전남대) 녹두대(조선대) 의혈대(중앙대) 강철대(한신대) 등 전투행동대가 조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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