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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석모도(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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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석모도(김순경의 지금 가면 좋다)

입력
199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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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풍 싱그런 오뉴월 ‘밴댕이의 철’/산란 시작되기전 6월 첫주,둘째주 사이가 제맛/오는 길 보문사 들러 절밥도 맛보는 ‘건강나들이’초여름 섬 나들이는 선선한 바닷 바람이 있어 더욱 싱그럽다. 해풍 탓에 계절이 서울보다 한 주일쯤 늦는다는 강화도는 아직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피어있고 모내기가 거의 끝나 일손이 다소 풀린 섬 사람들은 고기잡이에 주력한다. 일년중 어느 때보다 활기차고 생기 넘친다.

논물이 흥건한 논에는 바람에 나부끼는 파란 벼포기가 가득하고 포구마다 연안에서 건져온 꽃게와 병어 숭어 새우 등이 수북수북 쌓여 풍요롭기 이를 데 없다. 이런 풍광을 두고 『오뉴월엔 배양반, 동지 섣달엔 뱃놈』이라는 농을 건네기도 한다. 그래서 강화도 나들이는 음력으로 오뉴월이 제격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이 때는 「오뉴월 밴댕이」라는 계절의 별미도 맛이 절정을 이룬다. 모내기 때 「모밥」에 구이나 젓갈로 빠지지 않고 따라나오고 이 때가 제철이기도 해 오뉴월 밴댕이로 불리는데 초여름 별미로 첫 손에 꼽힌다. 양력으로는 6월 두번째 주가 지나면 산란이 시작되며 알과 기름이 빠져 맛이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철 강화도 나들이는 6월 첫 주에서 두번째 주 사이가 가장 좋다.

서울에서 가깝고 섬 자체가 유적으로 가득찬 강화도는 어디로 보나 천혜의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는 섬이다. 볼거리, 먹거리가 이만한 데도 드물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이지만 산세가 고르게 이어져 얼핏 육지같다. 13개 면중 3개 면은 독립된 섬이고 특히 석모도는 강화에 닿을 듯 가깝게 붙어 있어 카페리를 타고 섬에서 섬으로 떠나는 초여름 나들이 분위기를 한껏 돋구어준다.

섬안에는 보문사를 감싸안은 낙가산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알맞은 등산로가 되고 곳곳에 솟아나는 샘은 생수회사가 들어설 정도로 물맛이 일품이다. 또 넓게 펼쳐진 들녘은 1년 농사로 섬사람이 5년 먹을 식량을 소출할 정도로 기름지다. 오뉴월 밴댕이 잡이도 석모도와 마주보이는 서도와 교동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석모도의 남단 어류정 어항은 물때에 따라 밴댕이잡이 어선이 직접 들어온다.

그래서 오뉴월 강화도 나들이는 강화교에서 곧장 외포리로 나가 석모도로 건너가는 것이 좋다. 섬안에서 하루쯤 묵으며 갈매기 떼를 몰고 들어오는 밴댕이잡이 어선을 구경하고 보문사를 들러 절밥으로 점심을 먹은 뒤 섬을 한바퀴 돌아 다시 외포리로 나와 전등사와 유적을 구경하며 강화교를 건너면 나무랄 데가 없게 된다.

제철 밴댕이 맛은 물론 모처럼 절밥을 직접 맛볼 수 있는 즐거움도 기다린다. 보문사에서는 점심시간에 한해 12시부터 2시까지 절을 찾는 이들 모두에게 점심보시를 해준다. 섬안에는 낙가산여관(032―932―0033)을 비롯, 여관 형태의 민박과 「달과 사랑」(032―932―9865) 등 산장형의 통나무집 민박들이 곳곳에 있어 잠자리 걱정은 안해도 된다. 소금기를 머금은 상큼한 바닷바람과 계절의 별미를 맘껏 먹고 오는 건강 나들이로 더할 나위 없다.

◎가는 길/강화교 체증 극심,아침 일찍 떠나야

강화도 나들이는 교통체증만 피할 수 있다면 서울에서 1시간대로 이어진다. 강화교를 중심으로 빚어지는 주말체증은 양쪽 모두 대략 낮 12시를 전후해 시작되고 정체현상이 빚어지는 시간은 하오 3시부터 7시 사이에 절정을 이룬다.

그래서 주중에 떠나거나 주말 아침 일찍 떠나면 들어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 나올 때도 하오 2시 이전에 다리를 통과하거나 아예 섬 안에서 저녁까지 먹고 느즈막히 나서면 큰 어려움은 없다. 넉넉한 마음으로 섬에서 하룻밤 쉬고 아침 일찍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머지 구간은 거의가 4차선으로 확장되거나 우회도로가 생겨 교통사정이 많이 좋아지고 있다. 행주대교―김포읍 구간은 강화쪽으로 나가는 첫 출구인 제방길이 지름길이다.

◎먹을거리/입에서 살살 녹는 밴댕이회/굵은 소금 설설 뿌린 구이도 감칠맛

밴댕이는 워낙 성미가 급하고 소갈머리가 없어 잡히는 즉시 죽는 바람에 뱃사람도 산 것을 보기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 또 금방 상해 배에서 가까운 곳이 아니고는 회로 먹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냉동시설의 보급으로 잡는 즉시 급냉했다가 회로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오뉴월 제철 밴댕이의 부드럽고 고소한 살맛을 본 사람은 냉동회는 먹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맛의 차이가 난다.

그래서 외포리 도선장 앞 돈대횟집(032―932―2833)은 냉동 밴댕이회에 식상한 고객에게 예전의 논밥처럼 굵은 소금을 설설 뿌려 구어준다.

기름이 반지르르 배어나고 노르스름하게 구어진 밴댕이는 속이 없는데다 알까지 꼭꼭 차 버릴 것이 하나도 없고 뼈나 가시채 몽땅 먹어도 입에 걸리는 것 없이 고소하고 입에 감치는 맛이 비할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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