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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어쩌다 이지경” 분개/프락치 오인 20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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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어쩌다 이지경” 분개/프락치 오인 20대 사망

입력
1997.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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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피멍 몰매가한 흔적/학생 2명 병원 옮긴후 급히 도주/한총련 “관련학생 경찰 출두조치”과격 폭력시위를 계속해 온 한총련 학생들이 급기야 20대 근로자를 경찰 프락치로 오인, 폭행해 숨지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을 저질렀다. 국민들은 시위 진압중 사망한 유지웅(22) 상경에 이은 죽음 앞에 넋을 잃었다. 특히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시위는 끝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발견◁

4일 상오 9시께 한총련 지도부가 있는 한양대 학생회관 5층 교지자료실에서 이석(23·선반기능공·전남 해남군 해남읍 수성리)씨가 맥박만 약하게 뛰는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이씨에게 응급조치를 한 김덕곤(21·한양대 간호2)씨는 『3층 「한총련 임시진료팀」에 있던 중 「환자가 있으니 빨리 오라」는 전화연락을 받고 5층 한총련 사무실로 올라가니 이씨가 의식불명인 채 반듯이 누워 있었다』고 말했다. 검은색 티셔츠, 청바지가 벗겨진 채 김씨의 인공호흡, 심폐소생술 등을 받은 이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당시 교지자료실에는 김씨 외에 학생 2명이 있었으나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병원이송◁

학생 2명은 서울6X호6587호 엘란트라 승용차에 이씨를 싣고 교내 부속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이들은 이씨를 응급실에 내려놓은 뒤 어수선한 틈을 타 그대로 사라졌으며 원무과 환자보호카드에 「건국대 농화학과 2년 권순욱, 한양대 총학생회 총무차장 신대균」이라고 적었다.

시신을 검안한 수련의 전운현(25)씨는 『도착 당시 이씨는 팬티차림으로 이미 숨진 상태였다』며 『양쪽 어깨에서 팔꿈치 윗부분, 엉덩이, 허벅지 등 온몸에 심한 피멍이 들어있었다』고 말했다.

▷한총련 회견◁

한총련 조국통일위원회 위원장 이준구(27·건국대 총학생회장)씨는 하오 학생회관 4층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씨 폭행사실을 시인했다. 한총련은 『이씨는 3일 하오 5시께 한총련 지도부가 있어 통제구역으로 분류된 학생회관 5층을 서성이다 사수대 학생들에게 발견돼 교지자료실로 끌려가 대화를 나누던 중 하오 6시께 프락치여부를 조사하던 여학생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 한총련에 따르면 여학생의 비명을 듣고 학생 3, 4명이 들어가 이씨의 손을 묶고 꿇어 앉힌 뒤 각목 등으로 수차례 폭행했으며 4일 상오 2시께 조사를 마치고 함께 잠을 잤다. 한총련은 이씨가 경찰 프락치임을 시인한 A4용지 4장 분량의 자술서를 공개했다. 그러나 경찰조사결과 이씨가 자술서에 경찰프락치라며 적은 8명은 이씨와 돈보스꼬 청소년센터 동기생으로 밝혀졌다. 한총련은 이날 밤 서울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폭행에 가담한 건국대생 2명과 목격자 등 5, 6명을 5일중 경찰에 출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부검◁

경찰은 이날 밤 10시20분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서울지검 동부지청 최해종 검사 지휘 아래 이한영 법의학과장 집도로 이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씨의 어깨 허벅지 가슴 등 온몸에서 피하출혈이 발견됐다』며 『이씨는 전신을 각목 등으로 심하게 구타당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수사◁

경찰은 학생들이 이씨 폭행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폭행 가담자 신병을 확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하고 살인혐의 적용 여부도 신중히 검토중이다. 경찰은 이씨를 병원으로 옮긴 뒤 달아난 권순욱씨와 신대균씨를 수배하고 이씨를 응급조치한 김덕곤씨 신병을 확보, 이씨 폭행 및 사망경위를 조사중이다.

성동경찰서 이진구 형사과장 등 형사 5명은 이날 하오 11시30분께 이씨가 숨진 학생회관 옆 학생복지관 2층 취업지도과 사무실에서 한총련측 대표학생을 만나 이씨 사망 당시 정황 및 병원이송 과정 등을 조사하고 폭행 가담자 및 목격자 등의 자진출두를 설득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8일 하오 8시께도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자 3명이 한양대 교내를 배회하던 한모(16·무직·광진구 자양3동)군을 붙잡아 『경찰프락치가 아니냐』며 4시간여동안 감금,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 구타했다는 한군 신고를 접수, 수사중이다.

또 5월31일 하오 10시께에도 한양대 정문앞에서 학생들이 양모(22·무직)씨를 붙잡아 교내 강의실에 13시간동안 감금, 프락치 여부를 캐물으며 폭행한 사건과 1일 하오 8시45분께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출입구에서 최모(26·요리사)씨를 무릎 꿇게 하고 폭행한 사건 등도 조사중이다.<최윤필·이동준·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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