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3일 현안의 금융개혁문제와 관련, 정부의 최종 개혁안을 이른 시일안에 마련, 6월 임시국회에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통화신용정책의 주도권을 둘러싼 한은과 재정경제원의 뿌리깊은 영토싸움이 현재에도 전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두 기관 사이에 합의된 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한은의 독립성과 은행감독권의 귀속문제를 핵심으로 양자의 대립은 어느 방안이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에 가장 적합할 것인가라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정책대결보다는 우리측의 방안이 최선이라는 주관적이고 배타적인 부처 이기주의의 대결양상을 띠고 있어 타협에 의한 타결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돼 있다.
그러나 사안 자체가 경제에 사활적 영향을 미치는 통화신용정책의 향방에 관한 중대한 사항이니 만큼 양당사자중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수용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시행착오가 두렵기 때문이다. 역시 한은과 재경원이 타협점을 찾아보는 것이 가장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한은의 독립성, 은행감독권의 귀속문제, 재경원의 통화신용정책권한 등 통화신용정책의 체제·제도 및 관련기관의 위상에 대해서 어떤 것이 정답인가는 답이 없다. 따라서 양 기관은 여론의 지탄을 면하기 위해서도 독선적이고 비타협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한은이 지지하고 있는 금융개혁위원회안이나 재경원의 계획안은 지나치게 상호 배타적이다. 금개위안은 재경원의 관여를 거의 배제시켰다. 금융정책의 정책수립권한만을 남겨놓았다. 그러나 그것도 한은의 독립성을 완전히 보장하고 그 기능수행에 필요한 만큼의 은행감독권을 부여하고 금융감독원에는 감독권을 법률제정권에서부터 인·허가, 감사, 제재 권한까지 완벽하게 부여함으로써 재정경제원의 금융정책권한은 사실상 박제된 것이나 다름없다. 재경원 우위의 현행체제를 완전히 뒤바꿔 놓는 것이다. 「빅뱅」(대변혁)이라 해도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금융은 관치금융체제에서 자율금융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는데 통화신용정책기구의 이러한 급격한 전환이 미칠 영향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금융통화위의장이 한은총재를 겸해 재경원으로부터의 독립이 공식화된 이상 재경원차관의 금통위위원으로 참여나 재경원의 재의요청권은 정부정책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 허용되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정경제원안에서 은행감독권을 한은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도 지나친 대응이라 하겠다. 한은의 주장대로 통화신용정책을 능률적으로 집행하는데 필요한 금융기관감독권이 인정돼야 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 사실 상당수의 나라들이 중앙은행의 은행감독권을 수용하고 있다.
한편 양자의 극한 대립상태에서 6월 임시국회에 금융개혁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졸속이 되기 쉽다. 타협이 안되면 9월 정기국회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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