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3일 금융개혁위원회로부터 금융개혁방안을 보고 받았다. 보고내용의 골자는 중앙은행(한국은행) 독립과 금융감독체계 개편이다.김대통령은 중앙은행독립 문제와 관련, 쓰라린 경험을 하나 갖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95년 한은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으나 통과시키는데 실패했다. 결국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김대통령이 결재한 경제개혁이 국회에서 거부되기는 한은법이 처음이었다.
이번에는 금개위가 정부여당의 나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같다. 금개위는 중앙은행제도 개편안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 금개위는 전체위원 31명가운데 16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했다. 회의참석자중 최종안에 찬성한 사람은 고작 9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 인사가 『나는 분명히 반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 찬성한 사람은 8명으로 정확히 「반수」다. 「과반수이상」(9명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안건이 통과되는 관례를 적용하면 금개위안은 법률적 하자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절차가 왜 중요한가. 절차에 하자가 있으면 반대측의 승복을 받아내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일수록 그렇다.
중앙은행제도개편은 통상적인 규제완화적 차원의 개혁이 아니다. 경제정책의 기본틀을 바꾸는 대수술이다. 통상적인 규제완화가 아파트의 창틀을 고치는 작업이라면 중앙은행제도개편은 낡은 아파트를 헐고 재건축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왜 정권말기에 금융개혁을 서둘러 추진하는가. 모두들 내년에 행정조직이 다시 개편될 것으로 믿고 있는데…. 중앙은행제도개편은 정부의 행정조직개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중앙은행제도개편이 1년을 못기다릴 정도로 시급한가. 금융개혁은 1년 먼저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다. 좀 늦더라도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다. 지금으로서는 개혁안의 국회통과도 불투명하다. 당국자들은 경부고속철도의 부실공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고속철도와 금융개혁의 추진과정이 너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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