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를 통해본 한민족의 원형질/“민화는 민중이 그린 소박한 그림만이 아니다”/통념깨는 거침없는 필체로 호랑이 등의 상징을 밝힌다미술평론가 김영재(49)씨가 민화의 세계를 탐험한 「귀신먹는 까치호랑이」(들녘 발행, 1만2,000원)를 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설치미술과 퍼포먼스에 탐닉했고 제2회 광주비엔날레 전시기획위원으로 활동하는 그의 이력을 감안하면 좀 의외다. 각 장마다 그림 하나하나를 놓고 집중 해설하는 식으로 꾸며져 있지만 단순한 민화 소개서만은 아니다. 민화를 통해 단군이래 면면히 이어져온 한민족의 문화적 원형질을 밝혀내는 특유의 문화론도 담고 있다.
필자는 첫장에서부터 민화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가차없이 깨뜨린다. 당장 민화라는 명칭부터 도마에 오른다. 『민화라는 이름은 일본인 미학자 야나기 소에쓰(유종열)가 「민중에서 태어나 민중을 위해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 쓰여진 그림을 민화라고 부르자」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그런데 바다의 학과 천도복숭아를 그린 해학반도도같은 것을 보면 전문교육과 오랜 수련을 거친 필법이 뛰어나다. 이 그림은 임금의 장수를 비는 것으로 궁궐에서 많이 주문해 사용했다. 그린 사람들은 화원(전문화가)이었다』
이어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가 왜 중국의 상징과 고사와 한자로 돼 있는 경우가 많은가를 파고든다. 결론은 『고대중국의 지배자가 우리 민족의 선조인 동이족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까치와 호랑이 그림 등 무수한 민화 속에서 그 예증을 찾아낸다. 이런 주장의 시비를 떠나서 그가 민화의 상징체계에 깊숙이 다가서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 책은 내년쯤 일본어판으로도 나올 예정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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