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장평균환율제론 원화 가치왜곡 못막아/무역·자본거래 등 포괄 신 복수통화바스켓제로최근 일본 엔화가 강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수출경기가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엔강현상은 다분히 인위적인 색채를 띠고 있어 그 지속성이 의심스럽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난 4월 G-7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일본의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하여 지나친 달러화 강세를 억제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둘째, 5월8일 일본 대장성의 사카키바라 국제금융국장이 국회에서 1달러당 103엔까지 엔화강세가 가능하다고 증언함으로써 엔강을 부채질하였다. 셋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그린스펀 의장이 뉴욕대 연설에서 성장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압력이 줄어든다면 재할인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여 엔강불약을 촉진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금번 엔강현상은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 그 대답은 최근의 엔강현상이 인위적인 것인만큼 6월말에 예정된 G-7정상회담 전후가 고비가 될 것이다. 그후는 다시 시장시세로 어느정도 돌아설 것이다.
시장시세의 결정요인은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수지 격차 ▲구매력 격차 ▲금리격차 ▲성장률 격차 등과 유럽연합(EU)통화 실시속도에 따른 엔·마르크화 환율의 동향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산업별 또는 상품별 적정 엔·달러 환율은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자동차 산업은 달러당 103엔대, 정보통신 및 정밀기계는 100엔대에도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 환율정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도를 과감히 탈피, 신복수통화바스켓환율제도를 도입하여 우리나라 원화환율의 공정성과 안정성을 기하여야 한다.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도는 90년에 도입됐다. 그 배경은 80년에 도입된 복수통화바스켓환율제도의 정착으로 우리 경제가 86년부터 3년간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보이는 등 세계적으로 놀라운 발전을 거듭하자 미국이 슈퍼301조발동 등 통상압력으로 마지 못해 도입하게 된 것이다.
당시 현행 환율제도 도입을 설득하러 내한하였던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버그스텐 박사에게 필자는 한국은행 전현직간부가 참석한 공청회에서 가장 과학적인 복수통화바스켓환율제도를 시장평균환율제도로 바꾸면, ▲수출입을 다루는 무역부문 ▲서비스를 다루는 무역외부문 ▲외자의 도입과 투자를 다루는 자본거래 부문 등의 구분없이 한국에 들어오는 모든 달러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대미 달러환율을 결정하기 때문에 머지않아 수출의 격감, 수입 사치품의 범람 등을 초래하여 미국의 전통적 우방인 한국의 경제를 멍들게 하여 결국은 미국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같은 전망이 현실화하기를 바라지 않았던 필자의 기대는 7년이 지난 오늘 불행히도 현실로 나타나 버리고 말았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버그스텐 박사는 미일 양국의 문제 뿐만아니라 『한국처럼 달러강세로 피해를 보는 나라들을 위해도 엔·달러 환율의 안정을 기하여야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 환율제도와 정책의 개편방향은 자명해졌다. 그것은 다름아니라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도를 과감히 새로운 복수통화바스켓환율제도로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것은 과거 우리나라가 인위적 환율조작국이라는 비난을 받던 조정계수(P)를 없애고, 92년부터 본격화한 자본자유화와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결제은행(BIS)가입 등을 감안하여 ▲무역부문의 10대 교역국 중심의 통화바스켓 ▲무역외부문의 10대 수입·지급 통화의 바스켓 ▲증권거래를 포함한 자본거래부분의 10대 통화바스켓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환율결정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 달러화 일본 엔화 독일 마르크화 영국 파운드화 프랑스 프랑화 등의 통화가중치에 따라 환율을 전방위적으로 공평하게 책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최근 수출물량의 21%밖에 차지하지 않는 미국달러화에 대하여 거의 100%를 업혀가는 현행 시장평균환율제도의 단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무역부문에서 수출이 안되어 연간 230억달러씩이나 경상수지 적자를 보면서 자본거래부문에서 주식투자로 들어오는 달러화 때문에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이 750원대까지 강해졌던 96년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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