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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고문(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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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고문(대선후보·주자 시민포럼:Ⅱ)

입력
1997.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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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상황 이럴땐 어떻게/재벌 부도위기 “도산 막으며 공공이익도 감안”/죽마고우 임종 “달려가겠다” 명쾌하게 답변질문 1. 정상급 재벌이 부도위기에 처했습니다. 국가 신인도나 국민경제 전체를 감안하면 부도를 막아줘야 하지만 다른 재벌과의 형평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또 부도를 막아줄 경우 국민부담이 늘어나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여론이 비등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겠습니까.

질문 2. 하나밖에 없는 죽마고우가 임종 직전에 대통령이 된 어릴적 친구를 한번만 보고 죽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집무중인데다 이 친구한테 가려면 한나절이 걸립니다. 더구나 국빈과의 회담 등 중요한 공식일정까지 잡혀있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이홍구 고문은 첫번째 질문에 대해 『단순히 정부 혼자서 지원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정부와 금융권과의 충분한 상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일단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이고문은 이어 『부도위기의 대기업을 구할 경우 상대적으로 국민부담이 가중될 것이기 때문에 재벌의 소유권문제 등이 제기되면 이 문제는 공공의 이익에 맞게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고문은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어느 한 쪽으로 단발적으로 처리하기 보다는 기업도 도산위기에서 구하고, 동시에 공공의 이익도 철저히 감안하는 방향으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도 구하고, 국민부담도 줄이는 등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만사를 제쳐놓고 임종에 처한 친구를 만나러 가겠다고 명쾌하게 답변했다. 이고문은 『가겠다』라고 자신있는 답변을 두번씩이나 했다. 이유는 국민정서가 가는 쪽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고문은 『국민들이 사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으로 믿으며 우리 국민정서를 보더라도 안가는 친구가 오히려 더 나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 평가◁

「기업주는 망해도 기업은 살리겠다」는 기본원칙에 부합하는 대처이다. 경제혼란을 최소화하기위해 도산은 막으면서도 소유주에 대해서는 소유권정리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은 효율과 형평, 국민정서를 함께 고려한 정부의 당연한 조치이다. 거대기업에 의해 국가경제가 좌지우지 되는 경제력 집중과 소유집중 등 경제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정진석 기자>

◎당내 타주자들 서면질문/문화증진 위해 “대통령 직접 문화 즐기는 모습 필요”/기존통일 정책 “힘의 불균형따른 새 방안 마련해야”

시민포럼이 신한국당 대선주자에 한해 마련한 상대주자들의 서면질문코너에는 8명의 주자중 5명만이 응했다. 이회창 대표 이수성 고문과 김덕룡 의원진영에서는 거듭되는 요청에도 질문에 응하지 않아 본의 아니게 질문에서 제외됐다.

질문에 응한 다섯후보진영도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 상대후보의 아픈 곳을 묻기 보다는 주로 정책관련 질문을 하는 조심성을 보였다.

이홍구 고문에게 질문을 던진 주자는 박찬종 고문과 이한동 최병렬 의원, 이인제 경기지사 등 모두 4명. 박고문은 『문화계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를 촉진시킬 수 있는 대책을 듣고싶다』고 물었고 이고문은 『예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대통령이 선두에 서서 문화활동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한동 고문이 바람직한 통일방안과 통일비용을 묻자 이고문은 『가장 중요한 원칙은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에 의한 통일』이라고 전제한뒤 『중요한 것은 통일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분단비용보다는 적게 든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의원은 위기극복을 위한 리더십을 물었고 이고문은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의존해선 안되며 세계속의 한국을 고려하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변했다. 이지사는 힘의 균형을 바탕에 둔 기존의 통일정책이 현실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대한 견해를 물었고 이고문은 『지난 3년간 남북한 간에 힘의 불균형이 급격히 이루어졌던 만큼 하루빨리 새롭고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SBS는 질문때 마다 질문하는 주자의 모습을 화상처리, 생동감을 높였다.<정진석 기자>

◎시민포럼 이모저모/이론·실제 섞어가며 답변 학술회의 방불/병역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 다소 긴장도

한국일보사·SBS 공동주최 시민포럼의 두번째 토론자로 나온 신한국당 이홍구 고문은 시종 특유의 부드럽고 차분한 어조로 조용하게 토론에 임했다. 이고문은 학자출신이면서 6공이후 주요 관직을 두루 거친 경력가답게 이론과 실제를 적절히 섞어가며 답변에 응했다. 포럼이 시종 학술회의처럼 긴박감을 덜해 긴장감이 떨어지는 모습으로 굴러가자 사회자는 2, 3차례나 날카로운 질문을 주문하며 패널리스트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고문은 대체로 자신감있는 태도를 보였으나 「유신찬양경력」 등 민감한 질문엔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즉답을 회피했다. 한편 한국일보사와 SBS에는 「이런 질문을 해달라」 「질문을 좀 더 날카롭게 하라」 「어제 김대중 후보때는 날카롭더니 여당이라고 봐주느냐」는 등의 시청자들의 전화가 쇄도해 포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고문은 『미국유학을 이유로 군대에 가지 않은 것은 병역기피 아니냐』 『학자로서 유신을 찬양한 글을 쓴 적이 있다는데 기억하느냐』고 아픈곳을 묻자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고문은 『유학중 건강때문에 귀국이 지연돼 징집연령을 넘겼다』고 불가피성을 강조하는 한편 유신찬양과 관련해선 『확실히 생각나지 않는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토론말미에 보충질의를 통해 거듭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받자 『유신체제를 직접 찬양한 적은 없다고 믿고 있으며 다만 남북관계를 감안할때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했다』고 해명했다.

○경제 저서 싸고 열띤 공방

○…패널리스트들은 이고문의 정치적 기회주의 및 절충주의, 논리적 이중성 등을 파헤치기 위해 「열린 경제, 힘있는 나라」라는 이고문의 경제저서를 집중 인용했다. 패널리스트들은 급기야 이고문이 주장하는 「공동체 시장경제」와 공산주의와의 차별성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한편 『유럽의 사회주의 학자를 신봉하는 것 아니냐』고 까지 몰아 붙였다. 그러나 이고문은 『공동체는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아니냐』고 대답하는 등 예봉을 피해 나갔다.

○노동법 날치기 많은 설명

○…이고문은 지난해말 노동법 날치기처리를 주도했다는데 대해 많은 부담을 느끼는 듯 당시의 상황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고문은 『당시 경제가 매우 위태로웠다』면서도 『지금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노동법 날치기가 실책이었음을 시인했다. 이어 패널리스트들이 『총리시절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는가』 『총리시절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을 알고 있었는가』라며 정부요직에 있을 때의 「실정」을 부각시키려 하자 이고문은 『당시 주도적으로 결정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현철씨의 활동이 크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그 이상 구체적인 보고는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고문은 토론회가 시작되기 30분전에 토론회장에 도착, 분장을 한뒤 패널리스트들과 잠시 담소를 나눴다. 이고문은 분장도중 『몇몇 TV토론을 지켜보니 출연자들이 너무 분장을 진하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나이가 들어 효과가 없을 테니 적당히 해 달라』고 주문하는 등 세심한 면모를 보였다. 이고문은 부인 박한옥씨가 토론회에 나오지 못한데 대해 『아주 절친한 친구자녀의 결혼식이 있어 집사람을 대신 보냈다』면서 『결혼식 때문이 아니어도 내가 학자출신이어서 토론에는 일가견이 있기 때문에 응원을 나갈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고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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