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현장에서 유지웅(22·전남대 체육교육 1년 휴학) 상경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한총련 출범식이 예정된 한양대는 전날과 다름없었다.한총련은 이날 『천수를 누리지 못한 유상병의 죽음은 온 사회가 같이해야 할 죽음으로 유감스럽다』고 밝히고 「폭압정권과의 대치상황에서 빚어진 불상사」로 규정했다. 시위 학생들도 많이 다쳤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난 희생이라는 것이다.
한총련 소속 학생들은 지친 표정으로 어두워지면 또 벌일 「전투」를 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조를 나눠 곳곳에서 화염병을 만들고, 담을 무너뜨려 돌멩이를 모았다. 교문 사수 임무를 띤 한 학생은 『유상경의 죽음이 탄압의 빌미가 돼서는 안된다』며 동료 10여명과 쇠파이프 장단에 맞춰 「김영삼정권 타도」를 외쳤다.
같은 시간 또래의 전경들은 보도블럭에 고단한 몸을 뉘였다. 한 전경은 『학생들의 함성이 들릴 땐 온몸이 바짝 긴장되지만 전날밤 동료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보이는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전날 밤 격앙된 감정으로 학생들을 향해 돌멩이를 던졌던 상당수의 전경들은 학생들에 밀려 원천봉쇄 명령을 수행하지 못한 결과라며 자책하고 있었다.
유상경의 부모가 아들의 시신이 안치된 경찰병원 영안실에서 어처구니 없는 현실앞에 오열하는 동안 학생들의 구호소리는 높아만가다 급기야 도심거리를 또 다시 점거했다.
시위를 강행하면 휴교하겠다는 발표를 했던 한양대 교수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닷새째 계속된 학생들과 경찰의 공방에 시달린 한양대 인근 주민들은 『언제까지 이런 꼴을 보고 살아야 하느냐』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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