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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치료는 ‘긴 승부’ 필요(한방 명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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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치료는 ‘긴 승부’ 필요(한방 명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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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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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호경­‘청열생진법’ 2∼3개월 시행땐 효과/안세영­심신균형 유지… 스트레스는 금물/한양희­혈당·요당검사 등 ‘자기관리’ 중시/정지천­식물·곤충류 약재혼합 집중 투여「한방으로 당뇨병을 치료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장 흔한 성인병 중의 하나인 당뇨병의 유병률이 전체 국민의 5%인 2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런데도 완치는 물론 예방도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한의학에서는 기원전 700년경 황제내경이라는 한의서에서 소모성 질환 일반을 가리키는 소갈증의 하나로 당뇨병을 다루기 시작했다. 소갈증이란 음식을 먹자마자 눈녹듯이 녹아버려 돌아서면 배고프고 입이 말라 물을 찾는 질환을 말한다.

경희대한방병원장 두호경(54) 교수는 임상경험이 풍부한 당뇨병 한방치료분야의 권위자. 그가 펴낸 동의신계학은 전국의 한의대생들이 당뇨병 교과서로 배우고 있다. 당뇨병에는 인슐린의존성과 비의존성이 있다. 인슐린 의존성은 췌장이나 유전적 결함 등 선천적 요인으로 발생, 치료가 어렵다. 그러나 스트레스 비만 노화 등이 원인인 비의존성의 경우 섭생과 약물치료를 통해 잘 관리하면 천수를 누릴 수 있다.

두교수는 『천화분 대황 창출 등 세가지 약재를 집중 투여하면서 침치료를 병행하는 청열생진법을 2∼3개월 시행하면 환자의 절반정도는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청열생진법이야말로 당뇨병의 진행을 억제하고 합병증을 예방해주는 최상의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약물치료외에 식이 및 운동요법도 중요하다. 특히 스트레스와 과식을 피해야 한다.

경희대한방병원 신계내과 과장 안세영(35) 교수는 두호경 교수의 수제자로 93년부터 당뇨병클리닉을 맡고 있다. 안교수는 『당뇨병 발생 및 악화 원인은 스트레스이다. 당뇨병을 예방하고 더이상 나빠지는 것을 피하려면 심신의 균형을 유지하는 절제된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의학에선 당뇨병의 원인을 조 열 화로 본다. 체내의 진액이 소모돼 열, 화가 심해지기 때문에 각종 합병증이 유발된다는 이론이다. 따라서 진액을 보충해주고 열을 없애는 치료법을 집중 구사한다.

안교수는 특히 당뇨병성 신경합병증과 발기부전 치료에 일가견이 있다. 당뇨병이 진행되면 혈관과 신경계에 각종 합병증을 초래한다. 혈허로 인한 신경합병증에는 보혈 약재를 집중 투여하며, 당뇨병성 발기부전 환자에게는 혈관의 변성을 막는 약물과 함께 음경주위의 경락을 강화하는 침치료를 병행한다. 침치료는 음경으로 흐르는 혈류를 증가시켜 발기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는 『혈당 수치가 낮더라도 혈당의 진폭(동요)이 심하면 합병증이 올 수 있다』면서 『끼니마다 일정량을 섭취하고 식사 후에는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소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원대서울한방병원 한양희(36) 교수는 「지속적인 자기관리」를 가장 중시한다. 당뇨병은 환자 스스로 증상이나 치료효과를 느끼기 어려워 자칫 방심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한의학적인 진단(변증) 외에 혈당·요당·당화혈색소 측정 등 서양의학적인 검사를 병행한다. 한교수는 『당뇨병 치료에 있어 「완치」라는 개념은 없다. 당뇨병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한방이 협력해 서로의 장점을 결합한 치료를 시행할 경우 획기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혈당치를 정상수준으로 유지하는 외에 환자의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치료의 초점을 두고 있다. 즉 환자 개개인의 특수상황에 맞게 다양한 처방을 시도하는 것이다. 물론 당뇨병 치료의 기본은 약물·식이·운동요법이다. 그러나 정신적인 안정도 중요하다. 한교수는 『세계적으로 당뇨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천연약물 및 전통의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침 뜸 약 위주의 한방치료법도 머지 않아 알약 가루약 약침(주사제) 등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국대서울한방병원장 정지천(38) 교수는 동국대 한의대 한의학박사 1호. 당뇨병환자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는 활혈화어법으로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활혈화어법은 단삼 등의 식물성 약재에다 백강잠(누에) 굼벵이 지렁이 전갈 등 곤충류 약재를 가미, 환자의 증세에 따라 집중 투여하는 방법. 정교수는 곤충류 약재의 효과를 확인하고 치료기전을 밝히기 위해 KAIST 생명공학연구소팀과 공동연구를 진행중이다.

당뇨병 환자는 화를 내거나 짜증을 자주 내서는 안된다. 성생활도 줄이는 것이 좋다. 비만한 사람은 살을 빼고, 저혈당이 되기 쉬운 노인환자는 아침 공복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정교수는 『당뇨병은 치료가 됐다고 해도 과식이나 과로하면 곧 재발한다』며 『지속적이고 꾸준한 치료와 함께 욕심을 내지 않는 생활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재학 기자>

□약력

◇두호경

▲69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82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경희대한방병원장·재단법인 동양의학연구원 이사

◇안세영

▲87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93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현재 경희대한의대 조교수·경희대한방병원 6내과 과장

◇한양희

▲87년 경희대 한의대 졸업 ▲95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96년 중국 북경중의대 교환교수 ▲현재 경원대서울한방병원 진료부장

◇정지천

▲85년 동국대 한의대 졸업 ▲91년 동대학원 한의학박사 ▲95년 동국대경주한방병원 교육연구부장 ▲현재 동국대서울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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