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론-한보사건은 한 기업인의 무모한 야망, 비정상적·비윤리적인 기업운영, 무원칙·무절제한 금융지원, 정치인·권력가·금융인에 대한 뇌물제공과 반대급부로서의 특혜 등이 결합된 것으로 국가경제의 위기를 초래하고 국민의 자존심과 희망을 빼앗는 국가적 대재앙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의 잘못된 결과를 피고인들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으나 정경유착과 불합리한 제도, 원칙을 떠난 관행, 도덕적 불감증 속에서 별 죄의식없이 범행했을 수도 있다.2. 홍인길 피고인―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고 부도덕한 기업인에게 매수되어 여러 금융기관에 부당한 청탁을 하고 압력을 가한 결과 수천억원의 대출을 하게 하였다. 피고인의 진의 여하를 불문하고 그의 청탁이 외압 내지 집권세력의 의사전달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3. 황병태 피고인―피고인의 청탁이 최소한 상대방에 대해 심리적 부담감을 주었거나 대출 결정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 피고인의 신분에 비추어 그가 받은 돈은 실질적으로 뇌물에 가깝다 할 것이다.
4. 정재철 피고인―야당 국회의원의 회유에 앞장서서 국정 감독 및 비판 기능을 약화시키려 한 그의 처신은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 수 없다.
5. 권노갑 피고인―받은 돈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동기의 순수성이 행동의 불법성과 비윤리성, 결과의 반사회성을 정당화할 수 없다.
6. 김우석 피고인―문민정부 핵심인사이자 건설부장관의 중책을 맡은 자로서 공직자 사정이 행해지는 바로 그 시점에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만큼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고 공직자 부패에 대한 엄단의 의지를 보이기 위하여 엄벌에 처하지 않을 수 없다.
7. 신광식·우찬목·이철수 피고인―은행장으로서 뇌물을 받고 부실 기업에 거액의 대출을 해줘 은행에 손해를 끼쳤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쳤다. 뇌물이 대출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대출 판단에 있어 은행장들의 눈을 흐리게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8. 정태수 피고인―국가경제와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이번 사건의 발단은 바로 피고인이다. 무모한 사업을 일으켜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천문학적 금액의 부당한 대출을 받고, 기업 재산을 빼내 기업을 더욱 부실하게 하는 한편 개인의 치부를 도모하고, 공직자들과 금융인들을 뇌물과 금품으로 매수하여 공직사회의 기강을 흐리게 하는 등 드러난 각종 비리와 범죄에 대하여 전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
또 이 사건 전에도 이미 2차례에 걸쳐 정경유착의 비리에 연루되어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성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범죄행위를 저질렀으니 이번에야말로 엄벌로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
9. 정보근 피고인―피고인은 아버지를 도와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뜻을 좇아 범죄에 가담하게 된 것이기는 하나, 기업의 최고 경영자 겸 후계자로서 아버지의 범법과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국가적·사회적 혼란을 일으킨 잘못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특히 기업으로부터 빼낸 금액중 상당액을 자신의 치부를 위하여 사용하였음에 대하여는 상응하는 형벌이 내려져야 한다.
10. 김종국 피고인―피고인이 한보그룹의 경영책임자중 한 사람으로서 기업주의 범법행위를 막지 못하고 협조 내지 가담한 데 대해서는 응분의 벌이 주어져야 한다. 다만 전문경영인으로서 기업주의 지시를 거스르지 못한 점 등의 정상을 참작, 형기를 작량감경하고 선고된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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