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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전반 파워게임 불가피(프랑스 코아비타시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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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전반 파워게임 불가피(프랑스 코아비타시옹:상)

입력
1997.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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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라크 외교·국방 절대권한/총리 조스팽 경제 등 국내정책 총괄/당장 각료구성부터 신경전 예고프랑스 총선에서 사회당의 승리로 좌우동거내각(코아비타시옹)이 들어서게 됨에 따라 무엇보다 귀추가 주목되는 것은 권력중심의 향배다.

동거내각에서도 대통령은 여전히 국가수반이고 총리는 명목상 2인자이나 현실적으로 여소야대가 됐기 때문에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수(총리지명자)간의 국정의 주도권을 놓고 용쟁호투가 불가피하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동거내각에서 대통령과 총리간의 암투와 동상이몽에 대해 『우리는 고양이처럼 한 눈을 뜨고 자야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우선 당장 정부조각을 둘러싸고 시라크와 조스팽간의 파워게임 1회전이 예상된다. 좌익연합이 의석의 과반수를 차지, 좌파총리 임명에는 마찰의 소지가 있을 수 없으나 각료구성이 문제다. 총리의 각료임명 제청권에 따라 조스팽은 사회당 인사들을 주축으로 조각안을 짜서 시라크의 재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양자간에 격돌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86년 첫 동거내각 당시 미테랑 대통령은 시라크 총리가 내민 조각안을 각하시켜 외무 국방장관을 바꾸는 선에서 절충을 보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사례가 있다.

대내외 정책결정 등 국정운영에서도 두 사람간에 갈등의 소지가 크다. 헌법상 시라크 대통령은 모든 각료회의를 주재하도록 되어 있고 특히 외교 국방분야에서는 절대적 권한을 갖고 있으나 조스팽 차기총리 역시 책임과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광범위한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

이처럼 권력행사의 범위가 애매모호하고 각각 좌·우파로 지지층이 다른 두 사람이 조화로운 2인3각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다. 대통령이 외교·안보, 총리가 경제 등 국내정책을 관장하는 식으로 선이 그어졌던 과거 동거내각에서도 끊임없는 잡음과 마찰이 일었다.

86년 시라크 총리가 민영화정책을 내놓자 미테랑 대통령은 결재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제동을 걸었고, 같은해 도쿄(동경)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담 때는 외교행사임에도 시라크 총리가 미테랑과 함께 나란히 회담에 참석했던 이상한 경우도 있었다.

이번 동거내각에서는 양자간의 알력다툼이 한층 심각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두번의 동거내각은 모두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레임덕 시기에 들어서서 그나마 타협과 절충이 가능했던 데 반해 이번은 시라크 대통령이 임기를 5년이나 남겨두고 있어 좀처럼 양보하려 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점에서 이번 동거내각은 최악의 경우, 이원집정부제를 골자로 하는 제5공화국 헌법의 파멸을 부를 수도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좌파연합선전 안팎/공산당 장관 배출 가능/7석 녹색당 사상 첫 의회 진출

사회당은 우파 대통령과의 「동거」뿐아니라 공산당과도 한집살림을 하게 됐다. 사회당이 252석을 얻어 과반수 의석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39석을 따낸 공산당은 이로써 84년 이래 첫 장관 배출의 길이 열렸다.

공산당은 로베르 위 서기장이 취임한 94년 이후 스탈린주의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인정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구소련서도 사라진 「낫과 망치」깃발을 고수하는 공산당의 정권 참여에 대해 우려와 반감도 적지 않다. 이를 의식한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수는 『소련은 이미 사라졌고, 드골장군도 전후 공산주의자들과 함께 나라를 통치했다』며 공산당과의 제휴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역설해왔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밖의 여론보다는 양당의 「불안정한 협력」관계에 있다. 한마디로 주요 정책상의 입장차가 너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대유럽 정책. 사회당은 전폭적 지지에서 다소 후퇴하기는 했지만 원칙적으론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공산당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회복지분야도 이견은 만만찮다. 사회당이 공약한 「향후 3년간 70만명의 일자리 창출」도 실현성이 의문시되는데, 공산당은 한술 더떠 「2년간 150만명」을 주장하고 있다.

7석을 얻은 녹색당은 사상 첫 의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80년대만 해도 인기가 형편없었던 녹색당은 일찌감치 사회당과 협력, 집권연정에 참여함으로써 활동 영역이 크게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은 핵발전시설 증설 중지 등 녹색당의 주장을 상당부분 수용, 태평양에서의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던 프랑스의 핵 정책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도미니크 부아네 당수를 비롯, 후보자의 30%이상이 여성이었던 이들의 의회 진출은 남성중심의 정치무대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이희정 기자>

◎불 총선 이모저모/“우파패인은 경제실패·부패 탓”

좌파 연합의 총선 승리로 총리에 지명된 리오넬 조스팽 사회당수는 2일 엘리제궁을 방문,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내각 구성 등 국정전반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조스팽 당수는 1일 밤 『국민은 생활 전반의 변화를 선택했다』며 『진보세력과 함께 정의와 민주주의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파의 아성인 파리에서 좌파연합이 21석중 9석을 휩쓰는 선전을 벌인 가운데 사회당 지지자 등 수천명의 시민들은 1일 센강변 등에서 밤새 축제를 벌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12.8%라는 높은 실업률 때문에 청년층이 좌파연합에 몰표를 준 것으로 분석됐는데 이들은 『사회당은 우리의 희망』이라며 좌파연합에 큰 기대를 표시했다.

○…리베라시옹과 르 몽드 등 프랑스 유력신문들은 2일 투표결과와 관련, 『시라크 대통령은 경제정책 실패와 부정부패 등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고 논평했다.

○…우익연합의 선거를 총지휘했던 알랭 쥐페 총리는 1일 밤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민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데 실패했다』며 『좌파연합이 국정을 잘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2일 총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지난달 초 집권한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총리는 1일 밤 외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조스팽 당수에게 축하전화를 건 데 이어 시라크 대통령에게도 위로전화를 걸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좌파정부의 등장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프랑스 정부의 입장 정리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됐다』고 논평했다.<파리=송태권 특파원>

◎불 사회당 주요정책/유럽통합 조기확대 반대

프랑스 사회당의 주요 정책은 다음과 같다.

▲유럽문제: 조기 유럽확대에 반대한다. 영국 이탈리아 및 스페인도 유럽단일통화(유러)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또 유러가 달러와 엔화에 비해 과대 평가돼서도 안된다.

▲고용: 70만명의 일자리를 마련하겠으며 이중 절반을 공공부문으로 채우겠다. 실질임금의 삭감없이 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겠다.

▲민영화: 공공서비스는 보호돼야 한다. 이와 관련,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프랑스 텔레콤의 민영화에 반대한다. 또 방위산업부문도 민영화보다는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민: 현정부가 얼마전 논란을 무릅쓰고 채택한 강경 노선의 반이민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정치적 망명에 대한 문호를 개방할 방침이다.

▲대통령 임기: 현재의 7년 임기를 의원들과 같이 5년으로 단축할 것이다.

▲세금: 서민에게 부담이 되는 간접세를 인하하겠다. 또 봉급 생활자의 연금 부담을 줄이는 반면 복지세는 인상하는 방침이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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