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에게 보내는 스포트라이트/엑스트라와 모창가수의 무료하고 고단한 삶「무명」의 삶이 조명을 받는다. 무명 탤런트, 무명 가수 등 스포트라이트 밖에 있던 이들이 연극무대 위에 올려져 시선을 모은다.
극단 오늘의 「탈렌트」(29일까지 오늘소극장·02―763―8538)와 극단 봉원패의 「슬픈 조용팔의 마지막 노래」(29일까지 샘터파랑새극장·02―763―8969)의 주인공은 고정배역 없는 탤런트와 모창가수.
성공했든 실패했든 영웅을 주인공으로 삼아 온 무대에서, 무명성이 극화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이름없는 주인공의 가장 큰 자산은 무료함. 무명가수 조용팔(이인철 분)은 너무 할 일이 없어서 채시라라는 이름의 고양이에게 술도 먹이고, 최진실이라는 쥐에게 뜨거운 물도 붓고, 김건모 개와 난상토론을 벌인다.
무명탤런트 강한성(최재평 분)은 하염없이 PD의 전화를 기다리며 백일몽을 꾸거나, 지난 녹화 때 당한 수모를 곱씹는다. 단돈 1,000원을 꾸러 다녀야 하는 궁핍함, 그러면서도 남 앞에선 끝내 스타연하는 허위의식, 언젠가 정말 뜰지 모른다는 환상이 공통적으로 이들의 생활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왜 무명의 삶인가. 희화화의 대상을 요구하는 사회분위기도 크게 작용한다. 지금 관객은 영웅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보다 부족한 사람들로부터 위안을 얻고 싶어한다.
또 다른 이유는 작가. 「슬픈 조용팔…」은 방송작가 박구홍, 「탈렌트」는 방송작가 출신 PD 김형진이 썼다. 정신이상이 된 탤런트 등 실제로 주변에서 만난 이들의 굴곡진 삶이 창작의 모티프를 던져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용팔과 강한성은 비극적인 파국을 맞는다. 조용팔은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목숨같은 목청을 팔고, 강한성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지쳐 목을 맨다. 「슬픈 조용팔…」의 실제 모델 주용필이 멀쩡히 밤무대를 누비면서 이 연극에도 출연하는 현실과는 대조적이다.
즐겁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연출의 의도와, 뭉클한 결말을 담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적당히 타협한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조용팔과 강한성은 영웅이 아닌 탓에 이들의 슬픈 연극은 비극이 될 수도 없다. 기껏해야 페이소스일 뿐이다.<김희원 기자>김희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