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도 안갖춘 실망스런 무대국악계에서 김영동이 의미 있었던 것은 전통이 현실을 옥죄는 막힌 풍토에서 시대와 대화한 데 있다. 「멀리 있는 빛」 「삼포 가는 길」 등 작품에서 김영동이 구축한 짙은 서정과 감각있는 표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의 음악세계바탕은 「이야기성」이다. 「매굿」 「단군신화」에서 나타나는 서사적 구조나 서사음악극 「토지」가 그 예이다. 어린이 눈에 비친 세상을 이야기극으로 꾸민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의 최근 공연 「어른들은 왜 그래요」(5월29, 30일 세종문화회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적어도 이 공연을 보기 전, 국악을 통해 현실적 발언을 어떻게 형상화했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내용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사회와 가족, 환경을 주제로 낭송, 합창, 무용으로 3개의 마당이 이어졌는데 그 방식이 지극히 평면적 나열에 그친데다 수미일관하지 않았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치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본이 되는 국악적 논리가 없었다는 점이다. 현대무용과 서양 화성을 기능적으로 조합한 합창이 주조를 이루고 국악관현악보다는 신디사이저와 기타, 칠현금, 타악기 정도로 소리를 풀어나갔다. 소박하고 서정적이긴 했으나 단조로움을 탈피하지 못했고 김영동의 기존 노래어법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식상함을 보여줬다. 창조가 없는, 날림과 같은 그러한 기술적 응용은 스스로 국악이길 거부하고 열림을 닫는 자세이다. 그것은 참을 옹호하지 못하고 거짓만 낳을 것이다. 종종 관객이 보인 장난박수 같은 참을 수 없는 가벼움 또한 판의 진실성을 떨어뜨렸다. 국악을 하는 참된 자세의 문제를 고민했으면 한다.<김태균 음악평론가>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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