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5년 남기고 레임덕자크 시라크(64)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총선도박」에 실패함으로써 취임한지 2년만에 「레임덕」신세로 전락했다.
95년 대통령에 당선돼 3수 도전의 성공사례로 영광을 한몸에 누렸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임기를 5년이나 남겨두고 섣부른 도박을 벌인 것이 자승자박이 됐다. 애당초 대부분의 참모들이 조기총선을 결사 반대했음에도 이를 묵살한 오판의 책임은 전적으로 그에게 있다.
선거전 여론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몇차례 TV연설에 나서는가하면 1차 선거후 대세를 뒤집기 위해 그토록 총애하던 알랭 쥐페 총리마저 「낙마」시켰으나 이반된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는 이번 총선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적대적인 야당 총리에게 권력의 절반을 내주어야 할 형편이 돼버렸다. 무엇보다 정치생활 35년동안 쌓아놓은 자산이 일거에 무너졌다. 자신을 따르던 우파 정치동지들과 보수우익 지지자의 실망과 한탄의 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일 투표마감 수시간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국민중 31%가 『시라크는 불명예 퇴진해야 한다』주장했다.
그는 동거정부의 끔찍함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 자신도 80년대 사회당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하에서 2년간 우파총리를 지내 언젠가 당시를 회고하면서 『등골이 오싹했던 악몽』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번에는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반대파 총리와 동거를 하게 됐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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