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희망적인 얘기도 해보자.나라가 온통 수렁에 빠져있는 듯한 판국이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스트레스를 털어낼 필요가 있다. 무릇 세상사란 한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닌만큼 생각을 뒤집어 애써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우선 조건부 중대결단을 선언,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대통령 담화 건만해도 그렇다. 다소 협박당한 듯한 불쾌감만 잊는다면 앞으로의 선거문화가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은 기대해 볼만 하다. 소위 정치개혁 추진과정에서 여러 곡절이야 겪겠지만 지난 연말 노동·안기부법 개정안 처리당시의 거칠 것 없는 뚝심을 돌이켜보면 뭐든 성과가 있긴 있을 것이다.
대선주자들이 벌써부터 뒤엉켜 다투는 혼란스런 정국도 국민이 개입할 여지조차없던 후계지명 시절보다야 백번 낫다. 반년쯤 이전투구를 지켜보면 저마다 만신창이 속에서도 그나마 나은 인물을 고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의 민생이 문제긴 하지만 지금껏 나라살림에 정치인들이 보태준 기억은 별로 없으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마침내 사법적 심판이 내려진 한보사건에서도 긍정적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무엇보다 검찰이 처음으로 권력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수사와 법논리에 따르는 선례를 만들었고 기업과 은행이 부당한 요구를 거절할만한 최소한의 명분도 생겼다. 어렵사리 한발을 내디딘만큼 다시 구차한 옛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여파로 잇따르는 대기업들의 부도조차 경제의 체질개선 과정으로 보면 반드시 절망할 것만도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가로수의 녹음이 짙어가는 거리나 한번 느긋이 거닐어 보라. 기분도 한결 나아질 뿐 아니라 어쩌면 여전히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 또 돈벼락을 맞는 횡재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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