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의·식·주 ‘소비실세’/‘모든 쇼핑은 백화점에서’/피자는 물론 김치찌개도 잘먹고 막걸리서 맥주·양주까지 종류 불문/‘가난’해도 안정되고 확실한 고객소비에 관한한 30대는 주변인이 아니다. 30대는 왕성한 생산활동 만큼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의 소비를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언제든 지갑에 대기중인 신용카드를 꺼내 쓸 준비가 되어 있다. 단지 10, 20대나 40대이후 기성세대만큼 티를 내지 않을 뿐이다.
LG애드 PR3팀의 정희정(28·여) 대리는 『30대의 소비활동은 뚜렷한 색깔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라며 『그러나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안정적이고 확실한 고객임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30대가 튀는 소비를 하지 않는 건 이들의 구매패턴이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30대는 물건을 살 때 어느 회사 제품인가를 먼저 따지며, 즐겨찾는 브랜드를 계속 이용한다. 어떤 상표가 반드시 좋아서라기 보다는 가급적 써 본 경험이 있는 제품을 쓰는 것이 더 편하다는 의미이다. 조선맥주 마케팅1부에 근무하는 곽병근(31)씨는 『30대는 가령 맥주를 선택하더라도 특별한 불만이 없는 한 기존의 것을 또 찾는다』며 『소비자로서 이들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브랜드 스위치(Brand Switch)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회사원 김모(34·삼성건설 건축기사)씨는 『우리 부부의 경우 가구는 R사, 양복은 K사 식으로 오랫동안 애용해온 상품을 다시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30대에게는 자기만의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다.
30대는 이처럼 구매패턴은 보수적이지만 소비문화는 대단히 개방적이다. 그들의 먹는 문화를 보자. 김치·된장찌개같은 한식을 즐기지만 아침을 빵과 우유나 커피 한 잔으로 떼우기도 한다. 신세대들을 위한 다이어트용 음식도, 20대들이 즐기는 무설탕·저칼로리 누룽지맛 과자도, 개고기 등 보신용 음식도 가리지 않는다. 주말외식때 자녀들과 함께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는 것도 이젠 자연스런 풍경이다.
직장생활 10년째인 김모(35·현대자동차 영업부 과장)씨는 결혼전까지만 해도 아침밥을 꼬박꼬박 찾아먹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5년전 부인이 첫 아이를 낳은 후부터 지하철역 가게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한달에 한두차례 아이를 데리고 피자집에 들르는 것도 즐거워졌다. 가교세대인 30대들이 「잡식성」 음식문화에 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이같은 특징은 옷입기나 멋부리기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출근할 땐 똑같은 양복차림이지만 더블이나 쓰리버튼에 40대이후의 기성세대보다 훨씬 잘 적응하고 집에선 10대나 20대의 캐주얼에도 스스럼이 없다. 상당수의 30대 남편들은 향수나 액세서리를 사용하고 머리깎으러 미장원에 가는데도 쑥스러워하지 않는다. 속옷의 색상이나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쓰는 세대도 30대다.
30대는 또한 백화점족이다. 아파트세대이자 맞벌이 세대인 그들은 장보기에서 음식쇼핑, 옷쇼핑까지 모든 것을 백화점에서 해결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부 김숙희(37·서울 서초구 반포동)씨는 『평일에는 장보러, 주말에는 쇼핑이나 가족들과 외식하기위해 백화점에 간다』며 『잘만 고르면 크게 비싸지 않은데다 가깝고 편리하기 때문에 다른 곳을 찾지않게 된다』고 말했다. 대홍기획 자료에 따르면 30대 주부의 85%가 쇼핑장소로 백화점을 찾고 있다.
백화점을 많이 이용한다고 해서 그들이 사치스러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구매형태는 타세대에 비해 알뜰한 편이다. 대홍기획의 조사결과, 대다수의 30대 주부(77%)들은 쇼핑가기 전 목록을 미리 작성, 무분별한 지출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예정에 없던 물건을 사거나 마음에 드는 물건을 즉석에서 사는 충동구매 경향도 37%로 20대(47%)보다 훨씬 낮았다.
30대의 음주문화는 매우 독특하다. 술에 관한 한 30대는 거의 폭주족에 가깝다. 20대들이 기껏 마셔봤자 맥주 한두병인 반면 30대는 한 박스(?)도 기꺼이 마신다.
조선맥주의 마케팅 관계자에 따르면 음용빈도에서 30대는 일주일에 평균 3차례 이상, 그것도 폭주가 많다. 이는 20대나 40대의 주 평균 1회에 비해 월등히 잦은 횟수다. 주종 또한 기호의 차이는 약간 있지만 막걸리 동동주는 물론이고 소주 맥주에다가 포도주나 양주도 OK다. 소주에서 시작해서 맥주 양주 등 섞어 마시기에도 익숙해져 있고 폭탄주도 마다하지 않는다.
30대의 독특한 음주문화는 그들의 성장환경과 현재의 사회적 위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난과 부를 함께 경험하며 자란 그들은 별다른 레저문화가 없던 70, 80년대의 질곡속에서 쉽게 술과 친해졌고 지금은 직장의 대리나 과장으로 조직의 허리급이다. 술자리에서 신세대 후배들을 다독거려줘야하고 선배들은 모셔야하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30대는 가난하다. 내집도 마련해야지, 자동차도 굴려야지, 자녀에게 피아노와 컴퓨터도 사줘야지…. 버는것 이상으로 쓸 데가 많다. 여기다 불황이 깊어가면서 그들의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요즘 저녁때 신촌 거리를 가보면 30대 넥타이부대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바로 그들이 우리 사회의 소비문화를 주도하는 세력이란 사실이다.<이동준 기자>이동준>
◎‘총각같은 유부남’ 워모족/‘무스 바르고 옷도 신세대처럼’/패션감각 뛰어난 미시족의 남편
이탈리어로 남성을 뜻하는 「워모(Uomo)족」이란 미시(Missy)족의 상대개념이다. 미시족이 처녀같은 유부녀를 가리킨다면 워모족은 총각같은 유부남을 일컫는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음에도 미혼시절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사람들이다. 신세대도 아니고 구세대라고 말하기도 힘든 30대 가운데는 워모족처럼 가능한 한 젊은 부류에 속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30대 워모족의 두드러진 특징은 패션감각에 있다. 유부남임에도 총각시절의 패션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무스는 기본이고 젤은 선택일 정도로 헤어스타일이 첨단이다. 옷도 신세대처럼 입는다. 특정 브랜드의 옷만 고집하는 워모족도 있다. 대홍기획이 지난해 전국의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의류에 대한 유명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10대와 20대의 66%, 74%, 30대 76%, 40대 71%, 50대 71%가 「의류는 역시 유명브랜드가 좋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패션에 신경을 쓰는 30대 워모족의 등장에 따라 유명 백화점에 이들을 겨냥한 전문매장이나 관련코너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8월 무역센터점 5층에 남성 토탈패션 매장인 「멘스월드(Men’s World)」를 개장했다. 현대백화점은 『멘스월드는 워모족을 겨냥, 다양한 고급 브랜드를 유치하고 의류와 액세서리 등 신변잡화를 한 곳에서 모두 구입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신사정장, 캐주얼, 드레스셔츠, 넥타이, 남성용 패션내의, 지갑, 벨트, 구두, 양말, 서류가방 등을 한 번에 구입할 수 있다.
메트로미도파백화점의 한 관계자도 『워모족을 위한 전용매장을 따로 설치하지는 않았지만 총각인지 유부남인지 구별하기 힘든 남성들이 신세대감각의 의류매장 등을 자주 찾고 있다』며 이들은 대부분 미시족의 남편들이라고 말했다. 즉 자발적인 워모족도 있지만 미시족 아내들이 남편을 총각처럼 코디한다는 것.
워모족들은 패션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도 신세대적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샌드위치 세대라고 할 수 있는 30대 가운데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기 보다 신세대에 부합하려는 의식이 팽배하면서 워모족과 미시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박일근 기자>박일근>
◎30대의 소비 경향/신용카드 이용률 최고/‘집보다 차가 먼저’ 자동차 보유율도 1위
신용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계층은 30대이다.
대홍기획이 지난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전국 5대 도시에 거주하는 중학생 이상 60세 미만의 남녀 소비자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건을 살 때 가능하면 현찰보다 신용카드로 지불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31%로 계층별로는 30대(38%)가 가장 많았다. 2위와 3위는 20대(32%)와 40대(31%)였으며 50대 26%, 10대 18% 등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의 소비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는 주택 및 자동차 보유율이다.
30대의 자동차 보유율은 59%로 경제적으로 더 안정된 40대(56%), 50대(49%)나 소비문화에 더 익숙한 20대(50%)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주택 소유율은 20대가 28%, 30대가 47%, 40대가 72%, 50대가 85%로 조사됐다.
이같은 조사는 주택이 있어야하지만 자가용은 내집마련과는 관계없이 장만해야하는 구매대상 0순위라는 것을 보여준다.
30대의 60.2%가 내집을 마련하기 전이라도 차는 있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에 비해 40대는 39.4%, 50대는 28.9%만 그렇다고 응답, 큰 대조를 보였다.<박일근 기자>박일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