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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위하여/이광규(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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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노동자를 위하여/이광규(아침을 열며)

입력
199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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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선진국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고 생각되는 징조가 여럿 있다. 경제의 규모가 그러하고 외국으로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가 그러하며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그러하다. 이들 여러 현상중 수출한 우리 상품의 질이 좋으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사람이 선진국민으로서의 자질이 있느냐 하는 것을 평가받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러한 평가를 받는 기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관광을 할 때와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서 일할 때 등인데 이 중에서도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의 평가가 중요하다.잠시 스쳐가는 관광객과는 달리 외국인 노동자는 장기간 우리나라에서 생활을 하기에 우리민족의 수준과 자질을 평가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들은 장차 우리나라와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이야기가 비약을 하지만 최근 불법체류자인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하는 우리나라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 이 한국여성들의 변은 이러하다. 남편들이 비록 불법체류한 외국인 노동자이지만 자기나라에서는 상류사회에 속하는 사람들이고 고학력 소지자이며 무엇보다 인격적으로 훌륭하여 결혼하였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 등은 외국에서 오는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를 잘 이용, 유학을 끝내고 또는 노동계약기간을 끝내고 본국으로 돌아간 후 자기들과 계속 경제적 정치적 유대를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말하자면 어떤 형태로 왔든지 외국인을 장차 깊은 유대를 맺을 수 있는 귀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여지껏 노동자를 해외에 보내는 나라였다가 5∼6년 전부터 갑자기 외국인 노동자를 받는 나라가 되었다. 특히 불법체류자라는 낯선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여 오늘날 20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처음 대하기 시작하였을 때 우리는 이들을 불법자라고 말하듯 불길한 것, 이상한 것, 우리에게 해를 주는 것 그래서 빨리 내쫓아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였다. 현재도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우리 노동자가 싫어하는 3D현장에서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나라에 필요한 존재이다. 우리가 그들을 필요로 하면서도 불법체류자로 만들어 놓고 이상한 편견으로 보고 있을 뿐이다. 말하자면 잘못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존재라면 그것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오히려 법의 보호를 받고 안심하고 노동을 하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처음부터 불법체류자로 언급한 것은 이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연수생의 명목으로 들어온 후 결국 도주하여 불법체류자가 된다. 외국인 노동자가 연수생으로 받아들인 곳에서 도망하는 이유는 임금의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연수생제도를 없애고 임금을 현실화하여야 한다. 그리고 유엔이 정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여 주고 보험을 들어 상해를 당하면 치료를 해주고, 법적으로 보호를 하여 부당한 인권유린을 당하지 않게 하여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눈에 비친 한국은 참으로 이상한 나라일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임금체불도 아니고 상해보상의 지연도 아니다. 바로 한국인이 욕하고 때리는 것이라고 한다. 일을 하는 도중 빨리빨리 하지 않는다고 때리고 욕을 하는 것이 참으로 야만스럽고, 못사는 자기들 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돈이 있어 좋은 집에서 살고 노동자를 고용하여도 쌍욕을 하고 때리는 주인은 인간 이하로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온 국민이 국제화, 세계화를 외치고 있다. 국제화 세계화는 우리가 외국인과 기술을 제휴하고 문화교류를 하고 외국관광을 하는 것만이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우리나라에 와 있는 것도 바로 국제화의 한 현상인 것이다. 이들을 외면하면서 말로만 국제화를 외쳐봐야 아무 쓸데가 없다. 우리는 단일민족으로서의 역사가 너무 길어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사는 지혜가 없다. 이러한 우리에게 외국인 노동자는 국제화시대에 타인과 더불어 사는 지혜를 학습시키는 선생이기도 하다.<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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