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팔고 사는데 있어서 한국은 정말 천국과도 같은 나라다. 시장이나 가게에서 파는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에서나 버스, 지하철에서도 누구나 물건을 자유롭게 팔 수 있다.출퇴근 시간 외에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가끔 큰 상자 안에 물건을 가득 넣은 장사꾼이 나타난다. 사실 나는 그들을 처음 봤을때 무척 놀랐다. 일본에서는 바나나를 파는 「다타키우리」(거리의 행상인이라는 일본어)도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는 사람이 좀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고, 소비자도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면 길거리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것은 바람직한 것 같다. 나도 어떤 때는 은근히 지하철을 타면서 그들을 기다리기도 한다.
또 졸업식날 교문 앞에는 어김없이 꽃을 파는 사람과 사진찍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어디든지 차만 막히면 귀신같이 오징어와 뻥튀기 과자를 파는 사람이 도로에 나타난다.
그런데 바람직하지 못한 장사들도 있다. 물건이 정말로 필요하고 사고 싶을때 사는 것이 정상인데, 사고 싶지 않아도 억지로 사야만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테이블 위에 껌을 올려 놓는 할머니들이 간혹 있다. 그럴때면 밥 먹다말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할머니에게 주거나 간혹 거절하기도 하는데, 거절하면 제발 사달라고 매달린다. 한마디로 성냥팔이 소녀가 아닌 껌팔이 할머니다.
또 버스 안에서 전과가 있는 사람이 취직을 못한다며 방향제나 볼펜 등을 판다. 시장이나 교회 앞에서는 팔이나 다리가 없는 사람이 찬송가를 부르며 수세미를 판다. 심한 경우 아무것도 팔지 않고 자기 몸을 손으로 질질 끌고 다니거나 아예 계단에 주저앉아 있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당연한 일인 것처럼 사람들이 별로 놀라지도 않고 그냥 지나친다. 몇년전 TV에서 보았는데 거지가 가만히 앉아서 돈버는 것이 오히려 일을 하는 것보다 수입이 많다고 한다. 또 어떤 단체 등에서 조직적으로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상행위는 남달리 정이 많은 한국인의 심성과 자유롭게 물건을 팔 수 있는 환경을 이용한 것이다. 한국은 결코 못사는 나라가 아니지만, 아직도 빈부격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거리의 행상을 개인이 도와준다고 해서 그들의 생활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들을 위하는 진정한 도움은 국가적으로 살기좋은 환경을 만드는 복지정책이 아닐까.<소림화자·무용가·일본>소림화자·무용가·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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