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팔고 돈떨어지면 강가 움막/“움직이면 배고프다” 집안에만/약품 바닥 병원마다 개점휴업/기계부품 빼내 공장가동 중단갈수록 극심해져 가는 식량난으로 북한 사회전체가 무너져가고 있다.
북한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전체 북한인구 2천3백만명중 40%가 넘는 1천만명 가량이 하루 평균 한끼도 안되는 적은 양의 양식으로 연명하고 있으며 7백만명은 하루 한 두끼로 생활하고 있다. 최저 생계에도 못미치는 양식으로 하루 하루를 이어가고 있는 계층은 잇단 수해로 농토가 유실된 지역에 거주하는 농민과 산간지방에 거주하는 임업 종사자들이다. 특히 도시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반 노동자들은 한달간 벌어 하루 끼니를 겨우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1년 양식 수요량은 4백82만톤이나 지난 한해동안 북한이 생산한 양식은 2백50만2천톤에 그쳤다. 전년 이월분과 국제사회에서 원조된 식량까지 합해 주민에게 배분한 결과, 지난연말 현재 북한의 양식저장량은 24만6천톤에 불과했다. 북한주민은 올들어 사료용 곡물과 산나물, 들풀까지 먹고 있다.
재중동포 기업인들에 따르면 주민들의 불만이 극도에 달하자 북한 당국은 『당이 미제와 남조선의 북침에 대비하느라 돈을 많이 써 우리가 이렇게 굶게 됐다』고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년째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주민 사이에서도 『이렇게 살다가 죽을 바에는 차라리 전쟁을 하자』는 절망적인 분위기라는 것이다. 재중동포 기업인들은 김정일이 올 7∼10월 주석에 오를 경우 인민에게 최소한 굶주림을 면할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개방정책을 택할 경우 정권이 붕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중동포들에 따르면 북한에는 이제 식량을 얻기 위해 집을 팔아 가족단위로 10여명씩 정처없이 유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중국쪽 변방지역에 먹을 것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그곳으로 몰려 들고 있다. 교사들마저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식량을 구하러 다니고 있는 실정이며 유치원들도 대부분 문을 닫아 교육은 포기한 상태라는 것이 재중동포들의 말이다.
재중동포 리모(34)씨는 『북한 지역마다 병원 문은 열렸지만 약품이 없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1주일에도 2∼3차례 방문한다는 중국 무역인 정모(38)씨는 『북한에서 모내기는 절반 이상 마쳤지만 비료 등이 없어 제대로 경작이 가능할 지 의문이며 옥수수도 영글기 전에 모두 먹어 버릴 것이기에 식량난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북한을 방문했다는 동포기업인 황모(36)씨도 『지난달 황해도에 갔을때 집을 팔아 양식을 구해 먹다가 돈이 떨어지면 강가에 움막을 치고 물고기를 잡아 먹고 사는 사람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이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자 힘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대부분 집안에 틀어 박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저녁 8∼9시께면 대부분 잠자리에 들어 밤만되면 전깃불도 보이지 않아 칠흑같이 어둡다』고 전했다.
한 탈북자는 『북한의 많은 공장들의 기계 부품과 전선줄이 뜯겨져 가동이 어려운 상태이며 특히 비료공장이 움직이지 않아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당국은 지난달 31일자로 고철을 중국으로 반입하는 것을 공식 금지했다. 고철의 중국반입을 방임한 이래 공장의 부품마저 빼내는 실정이어서 공장이 가동을 멈춘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단둥의 중국 무역인 왕모씨가 말했다.
재중동포들은 또 접경지역의 북한군인들이 직접 식량을 구하기 위해 중국인들과 밀무역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병사들이 구리 1㎏을 가져다 쌀 5㎏과 교환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구리 1㎏을 쌀 15㎏과 교환했었다고 말했다.<단둥·옌지=특별취재반>단둥·옌지=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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