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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북 가정의 아사 참상/대 이을 아들에게만 우선적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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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북 가정의 아사 참상/대 이을 아들에게만 우선적 밥

입력
1997.06.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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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대가족 2년만에 5명으로/어느날 자고나니 할머니가… 그리고 네 딸들이 차례로…북한의 식량난은 「가족간 유대」마저 무너 뜨리고 있다. 5년간 북한과 무역을 해온 재중동포 박모(50)씨의 증언은 식량부족으로 한 가족조차도 각각 다른 생사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95년초 회령의 한 친척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집은 부부와 25세부터 10세까지의 딸 6명에 7살배기 아들 1명, 할머니 1명 등 10명으로 구성돼있었다. 그러나 식량난이 심해진다는 소문에 올해초 트럭에 쌀을 싣고 그 집을 재차 방문했을 때는 절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기계공장에서 불도저를 제작하는 일을 하던 이 집의 가장 리모(53)씨는 지난해 6월 직장이 문을 닫게 되자 집에서 쉬게 됐고 여기 저기 일자리를 알아보았으나 돌아가는 공장이 없었다. 답답해진 아내 송모(50)씨는 집에 있던 옷이나 가구를 내다 팔아 하루 하루를 연명하기 시작했다. 이씨가 직장을 잃은지 3개월. 더 이상 팔게 없어지자 부부와 큰 딸은 산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기 시작했다. 그러나 온가족이 하루에 한끼를 때우기도 어려워지게 됐다. 자연히 아침에는 10시쯤 풀죽으로 배를 채우고 하오 6시쯤 잡곡밥을 지어 나눠먹기 시작했다. 밥은 우선 대를 이을 7살배기 아들에게 돌아갔다. 다음은 약초를 캐야 할 부부와 큰 딸. 다음은 어머니와 나머지 딸들에게 돌아가도록 돼 있었으나 매일처럼 아들과 부부, 큰 딸까지 가면 밥이 동이 났다.

한달만에 할머니가 쓰러지고, 둘째 딸부터 다섯째 딸까지 5명이 죽었다. 10살된 여섯째 딸은 막내의 밥을 옆에서 종종 빼앗아 먹은 덕택에 허기를 채우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단둥·옌지=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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